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부산시당 창당대회가 욕설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지난 24일 인천시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 안 의원의 신·구 측근들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노출한 데 이어 두 번째 벌어진 추태다. 지지율 정체와 하락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26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영남권의 첫 창당대회인 이날 행사에서는 안 의원의 측근인 김현옥 부산진구 의사회 회장이 시당 위원장으로 추대될 예정이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의 축사와 문화행사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대회는 그러나 김병원 경성대 전 총장 지지자들이 김현옥 회장을 시당 위원장으로 단독 추대하는 데 반발하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김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게 민주주의냐", "민주화 방식으로 하자"며 단상에 뛰어오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그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병호 의원이 "총선 후 3개월 내에 공식 전당대회를 한다"고 설득하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창당대회는 결국 시작 1시간30분여 만인 오후 6시25분경 정회했다.
10여분이 지나 재개된 창당대회에서 김 전 총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중앙당과 유착된 기득권자들의 전횡에 의해 합의 추대 관행이 나타났다”며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두 사람을 공동위원장에 추대하기로 하면서 소동은 가라앉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위원장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안 의원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창당대회 후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자율권을 충분히 줬는데 서로 간에 이견이 미처 해결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다행히 현장에서 서로 합의가 돼 원만하게 치러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책임을 맡고 있는 공동위원장으로서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이 나와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 전주에서 전북도당 창당대회를 연 국민의당은 오후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치름으로써 중앙당 창당 요건인 5개 시도당 창당을 마무리했다. 국민의당은 내달 2일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전북도당 창당대회에는 김영환·신학용·최원식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들이 모두 왔지만, 부산시당 창당대회에는 안 의원 외에 주승용·문병호·임내현 의원만 참석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26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부산시창 창당대회에 참가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