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미국 대선 비주류의 반란

입력 : 2016-01-31 오후 1:58:49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연구원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인 아이오와 예비경선은 비주류의 반란과 함께 흥행 대박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남성 주류에 대한 여성의 반란, 버니 샌더스는 공화·민주 양당체계에 대한 무소속의 반란, 로널드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권에 대한 비정치권의 반란, 그리고 테드 크루즈는 앵글로 색슨 주류에 대한 라틴계의 반란으로 요약된다. 올해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정치적 변방이 중심을 강타할 것 같다. 이는 미국 사회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 정치가 포디즘의 20세기가 끝나고 비로소 21세기가 시작되는 입구에 서있는 느낌이다.
 
당원선거는 월드컵 8강전에 비길만하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스포트라이트를 기존 스타들이 독점했다면, 경기를 거듭하면서 신성들이 주목을 받고, 결국 또 다른 4년의 새 시대가 열린다. 기존의 스타들이 퇴장하고 신성들이 월드컵의 주역으로 8강 전부터 입지를 굳건히 한다. 한국 시간으로 2월1일 오후 7시에 개표가 시작되는 아이오와 선거결과는 앞으로 4년간 미국 정치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비주류들의 반란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민주당의 클린턴과 공화당의 잽 부시 간 양자대결이 유력했다. 오바마보다 더 강력하게 아프리카 아메리칸들의 지지를 받는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 등 안보이슈와 함께 무난하게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기대됐다.
 
잽 부시는 돌출적인 이미지의 형과는 달리 합리적이고 온건한 보수의 이미지를 가져, 부시 가문에서 3부자 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유권자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미국 선거에서 흑인 표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는 히스패닉 표를 공화당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앵글로 색슨 남편에 라틴계 아내라는 절묘한 조합이 공화당원들에게 최상의 득표력을 가질 것으로 점쳐졌다.
 
막상 뚜껑을 열자 의외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74세의 노정객 버니 샌더스다. 2주 전 CNN은 ‘왜 샌더스 현상을 놓치고 있었는가’하는 자기반성을 내놨다. 풀뿌리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샌더스에 대한 자발적 시민들의 지지는 8년 전 오바마에 열광했던 시민들에 못지않다. 풀뿌리 조직화는 미국 진보정치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내 손안의 민주주의’가 직접 민주주의로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정치의 '진짜 변화'다.
 
이와 함께 선거 아젠다와 공약을 주목해야 한다. 피케티 열풍 이후 새롭게 등장한 선거 프레임 전쟁에서 가장 결정적 영역은 ‘상위 10%와 중하위 90%’의 소득점유율이다. 이는 상위계층의 독점 뿐, 낙수효과가 없는 경제에서 조세개혁을 어떻게 하느냐로 압축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상위 10%와 중하위 90%’의 소득격차와 불평등에 대해 샌더스는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샌더스의 대척점에 트럼프가 있다. 교차투표가 허용될 만큼 느슨했던 정당 간 대립이 소득불평등 심화로 양극화되고 있다. 그는 벌크공, 농장노동자, 백인 노동자들이 가진 삶의 불안과 보수성을 대변하고 있다. 중부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그도 미국정치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4월 총선에서도 비주류의 반란은 시작될 것이다. 현재는 온라인정당 가입으로 ‘내 손안의 민주주의’를 시험하고 있고, 기존 정치권이 아닌 생활기반을 가진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대선의 흐름과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다. 앞으로 남은 70여일 동안 온라인 기반의 풀뿌리 조직화와 소득점유율의 선거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는 쪽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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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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