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이끄는 김종인, 거침없는 위기대응 행보

국보위 전력에는 확실한 사과…경제민주화 이슈에선 ‘당내외 투쟁’ 불사
‘색깔 분명한 리더십’ 평가 나와…향후 만만찮은 고비 대응 주목돼

입력 : 2016-01-31 오후 4:34:02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는 위기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의 뿌리나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신속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하며 상황을 돌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자신의 행적이 당의 뿌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적극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31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내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를 찾아 무릎을 꿇고 애도했다. 윤씨는 야학 교사로 있던 1980년 광주항쟁이 발생하자 시민군 대변인을 맡아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최후까지 대치하다 사망한 인물이다.
 
1980년 당시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김 위원장이 이들의 묘소를 찾아 무릎까지 꿇으며 분명한 사과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참배 후 그는 “정권을 쟁취했던 (이들과) 같이 참여했다는 것에 저절로 사죄 말씀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저녁에도 5·18 관련단체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보위 참여에 대해) 정말 사과드린다”며 “당시 계엄사령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조금도 찬동하지 않는다”고 몸을 낮췄다. 아울러 그는 "전문성이라는 것 때문에 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스스로 들어간 것을 결코 아니라 차출되다시피 들어가 나라를 위해 일을 했다 하더라도 국보위에 참여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자신의 정체성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볍(기활법)은 김 위원장 등의 반대에 부딪쳐 처리가 연기됐다. 그는 이날 저녁 긴급기자회견에서 “선거법이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법안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원샷법을 처리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샷법이 경제민주화에 반한다는 그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원샷법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상정된 법안으로, 마치 시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 협상의 절차를 통해 통과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샷법 처리에 반대해온 박영선·김기식 의원이 이날 의총에서 ‘원샷법은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주장을 지속한 것도 김 위원장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생각하는 문제는 간단히 일축해버리기도 했다. 22일 발표된 더민주 선대위원 명단에 이른바 ‘친노'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나는 누가 친노인지, 누가 아닌지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며 “1차적으로 당에 모든 것을 들어보고 현재 움직이는 상황을 살핀 다음 화합과 도움되는지에 대한 기준으로 명단을 작성했다. 염려 안해도 된다”고 못 박았다.
 
27일 발표된 비대위원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원내대표를 빼놓고는 비대위가 원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마다 항상 참석하고 의논할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28일 비대위에서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에게 자신에 이어 두 번째로 발언할 기회를 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위기 돌파의 리더십을 보이며 비대위원장으로의 첫주를 보낸 김 위원장이 앞으로 닥칠 고비도 효과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월 총선 공천을 두고 벌어지는 당내 힘겨루기, 기존 공천룰 적용 문제 등이 그가 첫번째 해결해야 할 위기 상황으로 꼽힌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권 다른 정당과의 총선 협력을 어떻게 할지, 총선에 임박해 닥지는 각종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앞줄 무릎꿇은 이)과 박영선 비대위원, 차명석 5·18재단 이사장 등이 31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내 윤상원 열사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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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