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이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지 51일 만이다.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앞세워 다시 한번 ‘제3당 실험’에 불을 지폈다.
이날 창당대회가 시작되자 안철수, 천정배 의원과 김한길 의원 등이 손을 흔들며 8000여명이 모인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정대철, 권노갑 전 의원과 함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안 의원과 천 의원을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다만 안 의원은 상임 공동대표가 되어 의전 측면에선 천 의원보다 다소 예우를 받게 됐다. 국민의당은 당연직 최고위원인 주승용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주선 의원과 김성식 전 의원, 박주현 변호사 등 4명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했고, 김한길 의원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두 공동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운동화를 목에 걸어줬다. 안철수 공동대표표는 연설에서 “50일 전 저는 허허벌판 혈혈단신으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지금 저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 등장에 따른 참석자들의 환호와 지지는 뜨거웠다. 안 대표의 말 한마디에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안 대표가 연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안철수, 안철수’를 계속 외쳤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더민주에 대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으로 승부할 것을 제안한다. 누가 더 총선 승리의 적임자인지, 누가 더 정권교체를 이룩할 적임자인지, 반성과 혁신, 정책과 인물, 그리고 정치력으로 경쟁하자”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중앙당 창당대회 장소로 수도권이 아닌 대전을 선택한 것은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트 지역이었던 충청권의 민심을 얻고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이 창당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맞붙은 2006년 지방선거 이후 10년 만에 3자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게 됐다. 당장 야권연대 문제 등 선거지형 변화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안 대표의 제3당 실험 성패에 따라 정치권 지각변동 가능성까지 예상된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지 못하더라도 이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둔다면 안 대표는 문재인, 박원순 등 야권 잠룡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의미 없는 제3당에 머물고 야권이 완패를 당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안 대표가 야권 분열과 패배의 책임을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 구도 속에 제3당의 정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이 집권으로 가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색을 초월한 외부인사 영입이 필수적이다. 국민의당은 참신성·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두루 영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에 부합하는 깜짝 놀랄 만한 인사는 없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은 지금까지 김동철, 임내현, 주승용 의원 등이 들어오면서 탈당한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을 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최근 김성식 전 의원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합류는 다소 위안거리다. 김 전 의원은 전날 “낡은 정치를 한 번 바꿔보자는 국민적 열망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한다”며 국민의당에 들어왔다. 이 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처음에는 국민들의 기대가 컸는데 현재는 조금 정체돼 있는 상태여서 힘을 보태야 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며 합류를 공식화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박영선 의원이 당에 잔류함에 따라 더민주행이 점쳐졌지만 결국 국민의당으로 선회했다. 현재 이 교수는 국민의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나 공천심사위원장 등의 중책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