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누리과정 논쟁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무 대꾸를 못 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한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박 시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일 국무회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국무위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박 시장께서는 지난해 시도지사-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박 시장이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보도를 부인하며 "'교육현장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해하는 상황이니 대통령께서 또는 국무총리께서 교육감들이나 시·도지사들을 소집해서 토론을 하고 본질적으로 해결을 하시는 게 어떠냐'는 권고의 말씀을 드렸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황교안 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이분들도 다 말씀을 했다. 일종의 토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논쟁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에 누리과정을 위한 목적 예비비 3000억원을 우선 지원하는 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받을 돈 다 받고 이제 와 교육감들이 돈을 또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에 "3번이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 처음에 언론의 보도가 그렇게 나왔지만 그야말로 소설 같은 기사고 또 대통령이 하시지도 않은 말을 거기에 해서 저희들이 엄중하게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회의 후 현기환 수석이 박 시장에게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로 활용을 하려고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는 보도에 대해 "그 이야기는 맞다. 저는 정말 정중하고 예의 있게 '해결하는 자리를 만드셔라' 정도의 이야기였는데 갑자기 이분이 소리를 상당히 높여서 주변에 있는 사람 다 들리도록 복도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굉장히 불쾌했다. 국무회의 의결권은 없지만 참석하고 발언할 수 있는 권리는 있는 사람이다. 1000만 서울 시민의 대표로, 때로는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 발언을 하라고 법적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현 수석이) 그렇게 얘기하면 그것은 대통령을 오히려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고 또 우리 서울시민들에게 사과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부금을 누리과정이라는 특정 사업에 편성할 근거가 없다며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사업인 만큼 재원 마련에 대한 중앙정부의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34차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