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국 뉴햄프셔 경선…트럼프-샌더스 압승

아웃사이더 돌풍…힐러리 2위주자 추락
경선 한치 앞 알 수 없는 안갯속

입력 : 2016-02-10 오후 3:46:41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에 이어 미국 대선을 향한 두 번째 관문이자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난 코커스에서 2위에 그쳤던 두 후보가 완벽한 패자 부활에 성공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 내에서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후보들의 돌풍이 이어진 것이다. 
 
첫 기선 제압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두 선거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미국 경선 판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산으로 빠져들게 됐다.
 
뉴햄프셔 경선, 완벽한 패자부활전
 
9일(현지시간) 프라이머리 선거가 치뤄진 이후 개표 초반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후보와 샌더스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공화당에서는 개표가 88%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35%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득표율 16%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기록했던 테드 크루즈 후보의 경우에는 11%로 오히려 3위로 밀려났다.
 
이날 승리를 확인한 트럼프 후보는 자축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는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이슬람 국가(IS)를 때려 부수고 무역에서도 더 나은 협상을 할 것”이라며 “나의 대통령 임기는 누구도 미국을 방해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에서도 개표가 86% 진행된 상황에서 샌더스 후보가 60%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39%를 큰 폭으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샌더스 후보는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아닌 모든 국민의 것”이라며 “이 메시지를 전 미국에 퍼지게 하자”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 역시 패배를 공식 인정하며 "다음번 선거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 하루 전에 WMUR과 CNN이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샌더스 후보가 61%로 클린턴 후보(35%)를 큰 폭으로 앞선 것으로 확인됐고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31%로 마크 루비오 후보(17%)와 크루즈 후보(14%)를 크게 앞서며 두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었다. 
 
아웃사이더 후보들의 반란, 이제 관심은 슈퍼 화요일로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를 거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가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경선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대선판에서 이른바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후보들이 눈에 띄는 두각을 나타낸 점이다.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나 공화당의 젭 부시 후보 등은 미국 내에서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트럼프 후보나 샌더스 후보는 모두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급진적인 주장들을 해 미국 정치권에서 이른바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후보들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양 당 모두에게 있어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끔찍한 밤이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에는 직설적인 표현들로 인해 공화당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는 평가다. 또한 현재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모두 기성 정치인들의 이미지가 강한 점 역시 트럼프 후보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과 관련해 뉴욕타임즈(NYT)는 "사람들이 클린턴 후보에 대해 거절 의사를 나타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성 정치인 이미지 탈피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샌더스 후보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하며 특히 젊은 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날에도 샌더스 후보는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나는 월가의 큰 손 기부자들을 만날 생각이 없고 미국 전역에서 시민 기부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발언하며 자신이 클린턴 후보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클린턴 후보는 금융 개혁을 외치면서도 월가에 많은 기부를 받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클린턴 후보의 전국 지지율이 샌더스 후보보다 높은 만큼, 앞으로 미국 경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선거로 인해 트럼프 후보와 샌더스 후보가 강한 지지 모멘텀을 얻게 됐다면서도 여전히 경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다음 선거 일정은 2월23일이다. 이날 공화당은 네바다주에서 당원대회를, 2월27일에는 민주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한다.
 
이후 3월1일에는 공화당이 14개 주에서, 민주당이 12개주에서 경선을 치르는 '슈퍼화요일'이 예정되어 있고, 이 후 대선에 나가게 될 두명의 후보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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