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SA 일임 허용에 증권업계 '위기감' 확산

"후발자 '무임승차'에 경쟁격화"…관건은 자산관리 역량 제고

입력 : 2016-02-14 오후 1:12:30
"먼저 쌓아올린 투자일임 시장에 10만 보병부대 거느린 은행이 무임승차한 꼴입니다. 고객 접점 상당부분을 잠식당할 겁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은행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한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 조치로 금융투자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는 내달 초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은행 겸영 업무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ISA에 한정된 투자일임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일임형 ISA에 대해 온라인 가입을 허용해 투자자들이 금융회사에 방문하지 않고도 ISA 가입부터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상반기 내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대신 금투업계에는 '증권업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이라는 추가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로써 금투업계가 기관과 당국간의 대승적 합의에 나서줄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앞서 금융위·은행연합회와 세차례에 걸친 의견 교환을 통해 은행의 투자일임 반대입장을 누차 표명했고 ISA에 한한 일임허용 결정도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증권사를 위한 추가 편의조치를 전제로 대승적 수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업권 입장에서는 최근 ELS 불완전 판매 이슈로 은행의 자산관리 역량 미달 문제가 불거지며 투자일임업 전체를 가져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만 당국과 업계가 구두로 합의한 현 상황에서는 말 바꿀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자본시장법에서 일임업에 대해 겸영을 허용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은행이 일임업에 전격 진출해도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증권사들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투자일임 시장에서 매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임승차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인력과 로비력, 자금력 등이 증권사를 압도하는 것이 우리 금융시장의 현실"이라며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은행은 차츰 투자일임업 허용범위를 넓힐 것이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중요한 고객 접점을 상당부분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처럼 '강한 보병부대'를 가진 쪽과 증권사처럼 '특수전'에 적합한 쪽이 충돌할 경우 상륙작전의 성공 여부가 향후 전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ISA 진출이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등 금투업계 전반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새동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일임업의 승패는 결국 자산관리 능력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며 "금투업계가 힘든 경쟁환경으로 내몰리고 있고 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관건은 투자자문업 주도권 확보라고 했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서는 개별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국민재산증식 핵심영역, 즉 자문업 생태계로 집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국민재산증식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줄 자문사 또는 자문인프라 역량을 누가 키우느냐에 따라 자본시장영역에서의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늦어도 올 하반기 도입될 IFA(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 도입을 통한 금융업 경쟁이 재점화할 것에 대비해 보다 일찌감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한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 조치로 금융투자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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