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보험사들이 순이익 감소와 IFRS 2단계 도입에 따른 준비금 적립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배당을 확대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당을 결정한 5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와 2개 생보사(삼성생명, 동양생명) 중 KB손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보다 높은 배당을 결정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보통주 한 주당 18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금은 3328억원이며 배당성향은 27.2%다. 동양생명은 주당 620원의 배당을 결정하고 총 633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동양생명의 배당성향은 무려 40.5%로 당기순이익의 40%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뿌린 것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손해보험사들도 전년보다 높은 배당을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주당 배당금이 5150원(보통주), 5155원(우선주)으로 보험사 중 가장 높았으며 배당 총액은 보통주 2076억원, 우선주 138억원이며 배당성향은 27.2%다.
현대해상은 주당 750원 총 598억원의 배당을 결정했으며 동부화재 주당 1150원, 981억원, KB손해보험 주당 400원, 240억원, 메리츠화재 주당 570원 602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4개 손보사들이 배당을 전년에 비해 늘렸지만 KB손보만이 전년 대비 배당을 0.40%포인트 줄였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2020년 IFRS 도입을 두고 현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렸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해상의 경우 순익이 2123억원으로 전년보다 2349억원에 비해 9.6%포인트 감소했지만 배당은 오히려 늘렸다. 게다가 현대해상은 RBC비율을 끌어올린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4000억원의 후순위채도 발행했다.
후순위채를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끌어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의 28%는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RBC비율은 166.3%로 경쟁사인 동부화재(232.9%)보다 66.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현대해상은 후순위채를 발행 당시 RBC비율을 19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RBC 산정기준이 강화되면서 RBC비율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RBC비율 산정기준은 2012년 이후 가용자본에서 자회사 자본초과분의 제외, 보험·신용·금리위험액 산정기준 강화, 금리역마진위험액 신설 등이 강화됐으며 앞으로도 신용위험액 산정 시 신뢰수준 상향이 예정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배당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라 보험사들도 주가 방어를 위해 배당을 늘린 것 같다”며 “배당도 좋지만 4년 앞으로 다가온 IFRS 2단계 준비를 위해 자본금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장 보험사들이 직적년보다 높은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왼쪽부터 현대해상, 삼성생명, 동양생명) 사진/각사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