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당위성과 쟁점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역설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제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어떤 해결책이나 설득력도 없었다”며 “이 엄중한 정세 속에서 굳이 왜 오셨던 것인가”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전면적 무력 충돌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핀을 제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단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도가 높아지고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한 이 원내대표는 “개성공단부흥법을 만들어 개성공단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서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갈팡질팡하는 대응을 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문제와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합의 등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미·일·중 사이에서 급차선 변경을 일삼는 난폭운전과 흡사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의 경질과 외교·안보·통일·정보기구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법안 중 북한인권법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저희도 하기로 결정해서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처벌 목적이 주가 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더욱 경색된다. 북한 인민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견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기타 쟁점법안들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토끼몰이식 입법 사냥’에 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잘못된 법까지 박수를 쳐주고 통과시켜 줄 수 없으며 국가 미래를 위해 야당으로써 저지해야 할 법안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그는 “지난 8년 간 보수정부가 집착한 ‘부채 주도형 거품 경제구조’에 대한 성찰과 정책 노선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성장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국가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대통령의 연설에 이 원내대표가 화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나 ‘모든 것이 정부 탓’이라는 국민 편가르기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