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친인척을 '유령' 일용직 근로자로 둔갑시켜 뒷돈을 챙기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업무 담당자가 인부를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를 가로챌 뿐 아니라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17일 감사원은 농어촌공사 본부와 7개 지역본부 및 소속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적발된 직원 26명에 대해서는 9명 파면·1명 해임 등을 포함해 15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단일 감사에서 신분 박탈형 중징계인 파면·해임 요구가 두 자릿수 인원에 이른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및 소속 기관 직원 20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하수영향조사 등 111개 사업을 통해 인부 274명을 허위로 등록한 뒤 인건비 약 3억9000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관련 서류를 조작해 '유령' 근로자의 계좌로 인건비를 지급한 후 계좌 사용 대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액을 돌려받았다.
또 농어촌공사의 경남·충남지역본부에서 79개 수탁사업을 계약 절차도 없이 업체에 재위탁하고, 사업 수행 대가로 허위 인부 263명에 대한 인건비 7억2000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인부 관리·인권비 청구 업무를 사업부서 현장 책임자에게 일임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현장책임자가 평소 친분이 있는 대학 후배, 친·인척, 지인 등을 아무런 통제 없이 가짜 인부로 채용해 인건비를 가로챘다.
내부통제 기능을 수행해야할 자체감사실도 수수방관해 관련 제보가 접수됐음에도 일부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실태조사 없이 방치했다.
감사원은 또 농어촌공사 일부 직원들이 2014년부터 작년 6월까지 지하수영향조사 사업 776건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657건을 수의계약이 가능한 2000만원 이하로 쪼갠 뒤 특정 업체에 몰아준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농어촌공사에 일용직 채용·관리기준을 마련하고, 회계시스템을 재확립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도록 통보하고,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을 엄중 주의촉구했다.
또 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농어촌공사에 대해 경영실적 평가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한국농어촌공사.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