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전세계 근원 물가 개선세…디플레 위기 벗어나나

1월 근원 CPI…미 2.2%·영 1.2%·유로존 1% 상승

입력 : 2016-02-22 오후 2:52:07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우려와 공급 과잉 현상이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약하게나마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헤드라인 수치 부진에도 근원 인플레이션은 꾸준한 개선세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국가들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미국의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6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이다. 전달 대비로도 0.3% 증가했는데 이 역시 2011년 8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다. 전체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영국의 1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했다. 이 역시 6월 이후 최고 빠른 속도를 나타낸 것이다.
 
낮은 물가로 고심하고 있는 유로존의 1월 전체 인플레이션은 0.4% 상승에 그쳤지만 근원 CPI는 이보다 더 높은 1%를 기록했다. 
 
역시 낮은 물가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12월 음식과 에너지 주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0.8%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이 더욱 눈여겨 보는 에너지와 신선 식품만을 제외한 근원 CPI는 1.3% 상승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인플레이션을 나타내주는 헤드라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변동성이 큰 요소를 제외한 근원 CPI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근원 CPI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들은 다수의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WSJ은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에도 근원 CPI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유가 반등과 달러 가치 하락이 나타난다면 곧 CPI가 빠르게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현재 에너지 가격 하락과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 작년 근원 CPI지수를 0.5%포인트 정도 낮췄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근원 CPI가 1.4%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유가와 달러 요인을 제외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2%에 거의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이클 S 한슨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전략가는 “현재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다양한 부정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이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선되는 물가에 중앙은행 정책 조정될 듯 
 
근원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의 경우에는 다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증시 불안과 지표 부진으로 인해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점진적 금리 인상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PI가 발표된 이후 선물 시장에서 올해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25%에서 40%로 2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연준 인사의 발언도 이 같은 가능성을 더했다.
 
CPI 지표를 확인한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근원 CPI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곧 헤드라인 수치 역시 내년 쯤에는 회복세를 향해 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능성이 제로로 여겨졌던 3월 금리 인상론도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 룹키 MUFG유니온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로 정책당국자들은 그들이 희망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강한 인플레이션 지표로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 반대로 최근 적극적으로 부양을 펼치고 있는 유로존의 경우에는 물가 개선은 추가 부양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WSJ은 지적한다.
 
특히 그동안 유로존의 국채 매입에 가장 큰 반대 의사를 펼쳐 왔던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총재는 부양 반대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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