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다음달 11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분기 배당을 추진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대표이사로 한정됐던 이사회 의장 자격을 사내·외 이사 중에서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을 상정했다. 대표이사보다 아래인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할 때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들 대부분은 반대 없이 원안대로 통과되며 총수 일가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외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오르면 회사의 실적이나 경영방침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구글·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 경영진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기존 사외이사 중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유임하고,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대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후보로 추천하는 안을 올렸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물산 등도 삼성전자와 같은 날 주총을 열고 이사회 의장 자격을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이사로 변경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1년에 최대 두 번까지 가능했던 주주 배당을 분기별로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도 상정한다. 분기별로 1년에 최대 4번까지 배당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두 번 가능했던 배당을 분기 배당으로 변경하는 것은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주총 시즌마다 제기되는 지적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같은 날 일제히 주총을 개최하는 것은 주주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한 날에 주총을 열다보니 각 사별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물리적으로 일부 주총에는 참여할 수 없다. 사측의 원안에 대한 반대나 토론 없이 쉽게 통과시키려 하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개인 주주들과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은 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경영진이나 총수 일가를 철저히 감시하며 주주 권한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며 "총수 일가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도입해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