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 이어 삼성화재도 판매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잇따른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이 판매전문회사를 준비하기 위한 단계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험사, 보험협회 등은 '보험판매채널 정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마무리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보험개발원에 요청한 상태다.
판매채널 정비와 관련된 가장 큰 포인트는 보험판매자의 1차 책임이다. 현재 법인보험대리점(GA)은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GA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어 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해 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생·손보 설계사는 2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GA에 소속된 설계사는 19만2660명으로 3년6개월 만에 26%나 증가했다. 단순 숫자만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채널별 판매실적을 보면 23조원에 달하는 전체 보험사 판매 실적 중 보험대리점 실적은 8조6000억원으로 전속설계사 판매실적인 6조2000억원을 이미 넘어서면서 우월적 지휘를 가지기 시작했다.
판매전문회사는 지난 2008년 논의 이후 진척이 없었다. 당시에도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논의 역시 판매자회사 보다는 판매채널 정비가 목적이다. 하지만 결국 판매전문회사가 설립될 것이고 보험사의 판매자회사는 판매전문회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판매자회사가 판매전문회사가 되지 못한다는 법 조항은 없다. 판매전문회사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불완전판매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면 일차적인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등 진입 장벽이 높다. 또한, 판매전문회사로 변신하면 기존의 보험 중개업은 물론 자체 펀드 운영이 가능해져 금융사의 지휘를 가지게 된다. 책임만큼 지휘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 GA들은 판매전문회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와 일부 대형 GA만이 판매전문회사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판매전문회사 도입은 보험사로부터 독립이 목적인데 보험사의 자회사가 판매전문회사가 되면 독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GA관계자는 "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판매 자회사가 판매전문회사로 전환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보험사로부터 독립이라는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고 결국 제판분리(제조와 판매)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