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ISA 선점 출혈경쟁…불완전 판매 우려

일부 지방은행에선 상품도 없이 고가 경품 이벤트

입력 : 2016-02-23 오후 4:17:2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금융사간의 과열 경쟁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아직 상품도 없는 상황에서 고가 이벤트를 하고 있는 등 고객몰이에 혈안이 돼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경품이나 금리우대 등의 혜택에만 관심이 쏠릴 경우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이나 4월 초부터 일임형 ISA 판매에 나서야 하는 시중은행들은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해 일임형 ISA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은행별로 부서 정비, 전문 인력 섭외 등을 통해 모델 포트폴리오(자산 배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ISA활성화 대책 발표를 통해 은행의 일임형 ISA 판매 허용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은행 내부에서 ISA와 관련해 상품 기획보다 더욱 분주한 곳이 마케팅 등 개인영업추진 부문이다. 은행들은 다음달 말에야 관련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예약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판매 행사를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SC은행은 자동차 경품을, 농협은행은 골드바 등을 내놓았으며 지방은행은 백화점·문화 상품권 등 미끼 경품을 내걸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ISA계좌는 1인당 1계좌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모으기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방은행의 경우 아직 ISA상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벤트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취를 감췄던 2%대 예금 상품이나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 단기성 이벤트만 내놓고 있어 애초 ISA시행의 목적이었던 '국민자산증대프로젝트'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가 실제 수익 창출 효과는 더디지만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연장선상이다보니 타사보다 뒤쳐지면 안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이는 CEO의 면을 세우느냐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단기성 이벤트에 치중할 경우 자칫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ISA 판매는 의무 가입기간 축소, 고객투자성향제도 개선. 금융사 배상책임 등 소비자보호 관련 제도를 보완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준비가 미진한 상태에서 시판되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예방대책으로 투자성 상품의 계약철회기간 설정 등 소비자보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불완전한 상태로 ISA가 시판되는 점을 알고 가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시장이 정착된 후 가입해도 늦지 않다"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의 지점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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