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그 여파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다른 현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은행들은 또 다른 담합의 오해를 받을까봐 전전긍긍한 나머지 한 자리에 모여 논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출시되는 ISA에 자사 예·적금 상품을 포함할 수 없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ISA상품의 은행 판매를 허용했으나 ISA에 자사 예·적금 상품 편입은 금지됐기 때문에 은행간의 적당한 예적금 교환 수수료율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안으로 은행끼리 ISA 계좌에 양자 또는 다자간의 예금상품 교환을 구상하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한 담합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공정위는 은행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고 결론 내리고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ISA의 수수료 교환도 아직 내부 논의 단계지만 요즘은 은행 실무자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타 은행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담합의 소지가 있을까 조심스럽다"며 "아직 전은행권 차원에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ISA에 타 은행의 예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는 예금 계좌가 있는 은행에 일종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양자간 또는 다자간에 예금을 서로 주고받는 상황이 되면 서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 담합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공정위는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른 공동행위라도 업계 내부에서 별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 담합으로 판단하고 있다. CD금리의 경우에도 금융 당국의 발행물량 조정 요구에 맞춘 것을 공정위는 담합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여신(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도 논란을 받은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에는 은행들이 여신을 일률적으로 맞춘다는 것이 오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금융위가 공정위와 협의해 담합 없음 결론을 내렸었다"며 "출시 한달여를 앞두고 ISA 판매 허용한 것을 생색내지말고 금융당국이 규제 사각지대에 몰린 업권을 위해 타부처와 조율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