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통영함 장비 납품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는 2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전 해참총장에게 "통영함 탑재 음파탐지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허위로 기종 결정안 작성을 지시하거나 문서 작성 자체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방위사업청 전 사업팀장 오모(58) 전 대령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모(63) 전 대령에게는 징역 4년에 추징금 4억8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최모(48) 전 중령은 장비 남품 과정에서 1억원 상당의 뇌물 혐의가 추가로 유죄로 인정돼 원심보다 벌금액과 추징액이 늘어났다. 그는 징역 7년에 벌금 1억7000만원, 추징금 1억6127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황 전 총장은 주먹을 쥔 차렷 자세로 재판부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황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1월~12월까지 통영함에 탑재할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구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사장비 납품업체인 미국 하켄코사가 성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는데도 서류를 조작해 구매를 진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근무했던 황 전 총장은 하켄코사의 HMS가 필수조건 등 3개 평가 항목을 충족한 것처럼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해 사업관리실무위원회 의결과 사업관리본부장의 결재를 받아 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지난 2013년 12월 운용시험평가 결과 '작전운용성능(ROC) 미충족'으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아 계약이 해지되면서 국가는 38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오 전 대령은 성능 미달인 하켄코사의 선체고정음탐기에 납품 특혜를 주려고 평가 결과를 위조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김 전 대령은 하켄코사 대표 강모(47)시의 부탁을 받고 황 전 총장을 비롯해 후배 방사청 장교들에게 납품 로비를 벌인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소됐다.
최 전 중령은 하켄코사 등 특정업체의 통영함·소해함 부품 납품을 위해 방사청 서류를 조작한 혐의(공문서변조 등)와 이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로 기소됐다.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