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의 임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국내 기업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고려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L씨(53)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L씨는 자신을 실제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가 아닌 국제인권보호위원회 유라시아국 부국장이라고 소개하고 다니면서 각종 이권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기업 두 곳으로부터 총 27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L씨는 러시아 국적 고려인 K씨와 함께 지난 2013년 2월 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U사를 상대로 러시아 연방 사할린주 석탄 매장지 낙찰과 부두 사용허가권 취득을 돕겠다고 속여 로비자금 등 명목으로 180만달러(약 20억4000만원)를 송금받았다.
L씨는 그해 4월 해당 사업과 관련해 K씨가 갑자기 잠적해 버렸다는 이유로 "추가로 송금하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가 있다. 아울러 KGB를 통해 K씨를 잡아 18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또다시 60만달러(약 6억8000만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L씨는 2012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P사를 상대로 "내가 러시아 대통령 푸틴 쪽 사람과도 친분이 깊다. 한국에 의료관광객 40만명을 유치해 주겠다"고 속여 국내 의료진과 출국해 사업설명회를 하도록 해 총 일행 12명의 항공료 728만원을 지출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L씨는 2013년 2월과 3월에도 러시아 재향군인회 간부 초청, 러시아·벨라루스 사업설명회 등 명목으로 같은 회사로부터 항공료와 숙박비 등 총 4000만원 상당을 지출하게 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지만, 사실은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의사나 능력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