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4세 경영이 시작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조카인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면서 형제경영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두산 창업주의 맏손자다.
두산(000150)은 2일 열린 이사회에서 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이 "그룹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회장직에 (주)두산 지주 부문 박정원 회장이 선임된다. 사진/두산그룹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042670) 회장직을 맡아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두산 인재 양성 강화 등을 위하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도 이어간다.
두산에서는 그 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해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주총회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은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은 지난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취임해 수익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취임 이듬해인 2000년에 매출액을 30%이상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인재 육성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고 두산 측은 설명했다.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그룹의 사업구조를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위주로 재편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실적악화에 막대한 금융비용까지 겹치면서 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의 부채비율은 261%(연결기준)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각각 244%, 252% 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034020),
두산엔진(082740)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 매각과 두산밥캣 상장 작업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공작기계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두산그룹은 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MBK파트너스를 협상 대상자로 바꿔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다.
방산업체인 두산DST인수전에는총 한화테크윈과 LIG 등 네 군데가 입찰 적격후보에 선정됐다.
두산건설(011160) 역시 HRSG(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에 두산밥캣이 상장되면 두산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