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역사교과서 검정으로 다시 돌려라

입력 : 2016-03-03 오전 10:35:46
한때는 국민들의 큰 관심거리였지만 이제는 다가오는 4·13 총선 등에 가려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했을 당시 역사학계는 물론 많은 시민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초등학교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를 보면 앞으로 나올 중등 역사교과서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 이 교과서를 보면 내부 검토본에 있었던 “유신헌법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내용은 최종본에서 빠졌고, 대신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유신을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정부를 독재로 표현했지만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장기집권’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5·16 쿠데타를 “일부 군인들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때부터 우려해왔던 문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을 싣고도 사진 설명에는 ‘남북한 정상의 만남’이라고만 적었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교과서에는 78명의 역사적 인물이 사진과 본문에 나오는데 박 전 대통령은 12번 등장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심지어 현 정부의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를 서술한 교과서를 만든 것인지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든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 교과서는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우게 된다.
 
역사교육은 그 나라 국민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곡된 역사는 우리의 현재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괴물이 될 수 있다. 국정교과서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 단순한 교과서 문제로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사교과서 국정을 검정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최용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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