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통합’ 제안이라는 수를 던지면서 안 대표가 끝까지 홀로 버티거나, 다시 뜻을 꺾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후보직을 던졌던 일과 2014년 지방선거 전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약속을 포기했던 일에 이어 세 번째로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국민의당은 술렁이고 있다. 그 제안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일부에서 감지되고, 지난 2일 합류한 박지원 의원에 의해 당내 야권통합 논의가 더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 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의 통합이나 연대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통합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며 “야권분열로 비호남권에서는 총선 필패가 눈에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서 야권분열로 인해 엄청난 패배가 예측되고, 의원들도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면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이 흔들리자 김종인 대표가 고도의 수싸움에서 이기고 있고, 더민주가 통합 주도권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한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반응에 대해 “긍정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김한길 위원장은 전날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필요한 일”이라며 “전체적인 (야권) 차원의 대통합이 이뤄진다면 (더민주 복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안 대표의 첫 반응은 강한 반발이었다. 그는 이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은)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용이라고 모든 분들이 다 알고 있다. 저도 진정성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는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또 “심지어 저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는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라며 “우리 당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이면 이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원색비난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합 제안에 대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위원장이 안 대표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본인들의 당락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며 “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제3당의 확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서울 노원병 당락에 접근하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야권통합에 대한 당내 이견이 뚜렷한 이유는 안 대표와 소속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안 대표가 총선에서 거두고자 하는 목표는 전국적인 조직 구축이다. 총선 승리 자체가 목표인 현역 의원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안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지지율이 모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2월29일~3월1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1.0%로, 지난주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안 대표의 지지율도 지난주 대비 2.9%포인트 떨어진 8.2%로 조사됐다. 당 지지율보다 낮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통합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대표가 야권통합이나 연대로 가는 선택을 할 경우 다시 ‘철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그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야권통합을 원하는 현역의원들이 그의 곁을 떠난다 해도 국민의당 후보로라도 '선거 벽보'를 붙이고 싶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원자력안전특위 위원장 위촉식에서 장순식 박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