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스포츠 징계와 형사 단죄는 구별되고 구별되어야 한다

안지만·윤성환 '무죄추정'과 장성우 '유죄단정'

입력 : 2016-03-06 오전 10:32:29
KBO 프로야구 2016시즌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8일부터는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시범경기도 주말의 경우에는 입장료를 받을 정도의 콘텐츠가 됐다. 시범경기에 앞서 팬들의 프로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는 콘텐츠는 스프링캠프 소식일 것이다. 시범경기와 정규리그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스프링캠프에서의 구단과 선수에 관한 소식은 애피타이저(appetizer)일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관련하여서는 해외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안지만과 윤성환 두 선수에 대한 것이 있다.
 
프로야구 팬들은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선수에 대한 수사절차가 진행될 것인지, 언제 혐의의 사실여부가 밝혀질지, 과연 정규리그 시즌에 정상적으로 출전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궁금할 것이다. 일부 팬들은 두 선수에 대하여 KBO와 삼성 라이온즈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이에 대한 KBO와 삼성 라이온즈의 공식입장은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사 중인 사안이고 경찰에서 아무런 내용도 발표하지 않은 이상 '무죄추정' 원칙상 두 선수에 대해 징계를 가할 순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 것 같다.
 
지난해 8월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중 삼성 안지만 선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안양천로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 경기 중 삼성 윤성환의 모습. 사진/뉴시스
 
형사절차의 무죄추정을 징계절차와 관련해 무조건 원용하긴 부적절해
 
그런데 무죄추정 원칙을 안지만·윤성한 두 선수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로 든다면 프로야구단 케이티 위즈의 장성우 선수에 대한 징계를 설명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다. SNS 논란을 일으킨 장성우 선수에 대해 KBO와 케이티 위즈는 지난 해 11월2일 상벌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열고 'KBO 야구규약 제14장 유해행위 제151조 품위손상 행위'를 근거로 2016시즌 50경기 출장정지 및 연봉 동결, 벌금 2000만원 등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 2월24일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유죄 선고를 했지만 장성우 선수 측은 재판과정에서 명예훼손의 의도와 공연성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었다.
 
KBO와 삼성 라이온즈가 안지만·윤성환 선수 사안에 관하여 든 '무죄추정' 원칙을 장성우 선수에게도 적용한다면 KBO와 케이티 위즈는 지난 2월24일 장성우 선수에 대한 판결선고가 내려지기 전까지 징계를 해서는 안되고 기다렸어야 했다. 결국 KBO와 케이티 위즈는 장성우 선수에 대한 징계와 관련하여서는 무죄추정 원칙을 어긴 것이다. 안지만·윤성환 선수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장성우 선수에 대해서는 '유죄단정'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9월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 대 LG트윈스 경기 중 KT 장성우의 모습. 사진/뉴시스
 
 
'무죄추정' 원칙과 징계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다. 무죄추정은 원래 형사절차와 관련한 원칙이다.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피의자는 물론 비록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다(헌법재판소 1997. 5.29. 선고 96헌가17 결정). 무죄추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형사절차에서 원용될 수 있을 뿐 스포츠단체가 구성원에 대하여 하는 징계절차에서 거론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무죄추정 원칙도 징계절차와 같이 불이익한 처분을 내리는 절차에서 준용될 수 있고 징계당사자로서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징계절차 중에서' 징계당사자가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한 논거로서 들 수 있는 것이다. 징계절차를 착수하지 않는 이유로 무죄추정을 들 수는 없는 것이다. 무죄추정 원칙의 오용이다.
 
스포츠단체는 자치법규에 근거해서 자치법규의 적용을 받는 구성원에 대해서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구성원이 자치법규가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언행을 하게 되면 스포츠단체는 자치법규가 정한 절차에 따라 징계대상자에게 자치법규가 정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단체법상 징계는 형사적 단죄와는 달리 도덕적 책임을 묻는 본질을 갖고 있다. 형사적으로 무죄인 언행이라 하더라도 단체법상 징계사유로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단체의 내부 징계도 단체법적으로 유효한 것이고 징계권을 남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는 한 법원도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고 결과에 따라 징계 또는 조치를 취해야
 
KBO와 같은 스포츠단체나 삼성 라이온즈와 같은 스포츠 구단도 내부적으로 징계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KBO 규약을 보면, 부정행위(제148조)와 품위손상행위(제151조)를 유해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상벌위원회 징계절차를 통해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구단이 소속선수의 유해행위를 인지한 경우에는 총재에게 신고하도록 했고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한 경우에는 구단에 대해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벌위원회 규정은 총재가 필요시 상벌위원회를 소집하고 제재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사건 발생 5일 이내에 위원회를 소집하여 의결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징계사유에 대한 수사결과나 형사재판을 기다려 징계한다는 규정은 없다.
 
지난 해 안지만·윤성환 두 선수를 포함한 삼성 라이온즈 소속 선수들에 대한 해외원정 도박 관련 혐의가 알려졌을 때(인지되었을 때) 위 규정에 따르면 KBO와 삼성 라이온즈는 바로 징계절차를 밟아 관련 선수를 참석하게 하고 사실여부 및 사유에 대한 소명을 듣고 그에 따른 징계 등 적절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
 
물론 상벌위원회가 강제적인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당사자 본인이 혐의사실을 부인한다면 상벌위원회가 당사자에 대해서 징계를 바로 내릴 순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엔 징계절차를 중지하고 이후 수사결과에 따라 징계여부를 결정하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수사결과 혐의가 인정된다면 재개된 징계절차에서 혐의에 더하여 혐의를 부인했던 사실에 대한 사정을 고려하여 엄중한 양형을 하면 된다. 반대로 당사자 본인이 혐의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징계를 내리면 된다.
 
KBO와 삼성 라이온즈가 두 선수에 대한 수사결과를 기다려 징계절차를 밟는 것이 두 선수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두 선수에게 더 가혹할 수 있다.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면 프로야구 팬들과 국민들로 하여금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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