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블루드래곤'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이 힘을 강조하는 소속팀 감독의 성향으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청용은 지난 6일 밤(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리버풀전에 결장하면서 지난달 22일 토트넘과의 FA컵 16강전부터 이날까지 4경기 연속 운동장을 밟지 못했다. 앨런 파듀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은 이청용을 대기 명단에 올렸으나 끝내 그를 호출하지는 않았다.
이청용이 중용되지 않는 것은 파듀 감독의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파듀 감독의 성향을 보면 기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을 중시한다"면서 "이청용은 아무래도 센스나 이런 쪽이지 않느냐"고 했다. 실제 크리스탈 팰리스가 내세우는 선수 명단을 보면 기술적인 뛰어남보다는 힘을 바탕으로 플레이에 임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큰 키나 단단한 체구의 선수들이 많아 세트피스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 팀이 크리스탈 팰리스다.
파듀 감독이 즐겨 쓰는 4-2-3-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보면 이청용의 자리인 2선에는 요앙 카바예, 윌프리드 자하, 마일 예디낙, 제임스 맥아더 등이 자주 뛴다. 모두 힘 좋고 몸싸움에 능한 선수들이다. 반면 이청용은 '테크니션'으로 불리며 힘보다는 기술에 바탕을 둔 축구를 하는 축에 속한다. 파듀 감독과 이청용의 성향이 기본적으로 맞지 않기에 앞으로도 좋은 궁합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청용이 지난해 12월20일 스토크시티전에서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골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중용받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청용의 지속적인 결장은 축구대표팀에도 악재다. 대표팀은 오는 6월 친선전에서 스페인과 체코를 상대한다. 9월부터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른다.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할 이청용의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 출전을 세밀히 따지면서 "선수는 꾸준히 운동장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이청용은 리그와 컵대회 포함 14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선발 출전은 5경기에 불과하다.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던 지난 시즌에도 전체 4경기 출전 중 선발 출전은 2번에 그쳤다. 모두 파듀 감독 체제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재차 이청용의 '이적설'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훈련 중인 이청용. 사진/크리스탈 팰리스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