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놓고 일부 학교, 보수 단체들과 서울시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교장들에 대해 문책이나 추가 구입 지시 등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둘러싼 논란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조 교육감은 7일 '친일인명사전 학교 도서관 배포를 마무리하며'라는 입장문을 통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과 사립학교 교장단의 요구를 수용해 이 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자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한 학교를 제외하고 교육청이 관련 예산(학교당 30만원)을 내려보낸 583개교 가운데 558곳이 사전을 구입해 교내 도서관에 비치한 상태다. 교육청에 구입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학교는 4곳이며, 21개교는 일정상의 이유 등으로 예산 집행을 아직 마치지 못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사전 배포를 진행하면서 '이 예산이 목적예산으로 개별 학교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부한 학교에 대해 거부 이유를 밝히도록 하고 재차 구입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또 서울시의회에서는 사전 비치를 거부한 학교장을 의회에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하겠다고 증인 출석을 요청했고 사립학교 교장단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가운데 거부한 학교장 4명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출석 요구까지 거부하는 양상으로 비화됐다.
이에 그는 "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 식의 공방을 하고 출석 여부로 갈등을 빚는 것이 과연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구입을 거부한 학교장 선생님들이나 사립학교 교장단의 요구를 수용해 '입장의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 분들의 결정을 존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구입용 예산은 목적사업비로 학교에 교부했기 때문에 집행하고 보고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 규칙이지만 사전을 구입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을 수 있으므로 반대 입장을 존중한다"며 "거부 학교에 대해서는 사유서 제출을 요구하겠지만 추가 구입 지시나 징계·감사 등 문책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의회에 학교 현장의 혼란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소환이나 제재를 하지 않도록 요청드린다"면서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거부한 교장 선생님들이나 보류 중인 분들과도 계속 소통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의 친일인명사전 4389명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에 돌입한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시의원들이 필사본 제작을 위한 친일인명사전을 건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