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현역의원 중 하위 20% 공천배제(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홍의락 의원을 구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8일 대구 신천동 더민주 대구시당에서 조기석 대구시당위원장과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 정기철(수성을)·김동열(중·남구) 예비후보 등을 만나 “(홍 의원 구제문제는) 대구에 후보로 내세울 인적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최종 판단할테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홍 의원은 불참했다. 그는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을 선언했지만 더민주 대구시당에서는 홍 의원이 제출한 탈당계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당은 컷오프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의 정치적 여건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도 지난달 28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컷오프 20% 사태가 벌어지니 일부가 ‘왜 정무적 판단을 못하냐’고 비난했지만 내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더민주 당무위원회가 총선일인 4월13일까지 선거 관련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기로 하면서 컷오프 포함 의원 중 일부가 구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의 구제 가능성 시사에 김부겸 전 의원은 “홍 의원이 대표님의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조기석 위원장이) 대표님의 뜻을 정확히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원칙없는 대응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리더가 바뀌면 이전에 추진했던 것은 무시되고 파기된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시민의 불신이 쌓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역주의 타파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려고 한다면 모든 지역이 골고루 정당으로 분리가 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지금은 동서가 나뉘어 호남이나 영남에서 어느 한 당이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을 몇십년 동안 지속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권을 쟁탈하려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며 “(당별로 지역을 분점한 것은) 지역 발전은 물론 나라 전체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 지지자들이 8일 대구 더민주 대구광역시당 앞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홍 의원 구제를 요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