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9일치 보도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여당은 언론과 대기업을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인식한 반면 야당은 이들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여당은 기존 보수언론 외에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지만 야당은 MB정부 이후 노골화된 언론 장악으로 여론이 편향적으로 움직인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차는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평가로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회의적이었으며, 신뢰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결과가 판이했다.
언론은 공중파 TV 3사, 주요 일간지, 공중파 라디오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등으로 분류한 뒤, 각 집단이 얼마나 공정하고 균형감이 있는지 물은 결과, 응답한 155명의 의원들은 공중파 라디오(4.01점)가 가장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 일간지(3.68점), 공중파 TV(3.65점), 종편(3.17점) 순이었다.
0점에서 7점까지를 놓고 7점에 가까울수록 공정도가 높은 것으로 문항을 설계했으며, 중간값(4.0점)을 상회한 매체는 공중파 라디오가 유일했다. 이조차도 소수점을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특히 태생 자체가 보수정권과의 유착이라는 지적 속에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으로 일관했던 종편은 공정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으며 과제를 안았다.
정당별로 보면 인식이 다소 달랐다. 새누리당은 일간지에 4.39점, 공중파 TV 4.38점, 공중파 라디오 4.31점, 종편 4.0점을 줘 각 매체마다 중간값을 웃도는 신뢰도를 보였다. 앞서 여당이 언론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인식한 흐름과 일치한다. 다만, 새누리당에 가장 우호적인 종편에 대한 공정성을 문제 삼아 눈길을 끌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공중파 라디오에 3.32점을, 일간지는 2.06점, 공중파 TV는 1.96점, 종편에는 1.28점을 책정했다.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평가한 공중파 라디오마저 중간값에 크게 못 미치는 등 매체별 신뢰도가 극히 낮았다. 공중파 TV와 종편에 대해서는 아예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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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를 주관한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종편의 등장으로 보수 편향의 불공정 보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야당 의원들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심지어 여당 의원들조차 종편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한 점은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일간지 구독률을 보면 의원들은 조선일보를 가장 많이 읽고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순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여당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순으로 구독률이 높았고, 야당은 경향신문, 한겨레,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순으로 많이 봤다. 반면 소속 지역구의 지역신문은 거의 구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