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ISA 대전에 '사활' 걸었다

시장 선점에 집중.."실력만이 살 길"

입력 : 2016-03-09 오후 4:33:47
금융업권의 이목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쏠렸다. 14일부터 ISA 개설이 가능해지면서다. 중장기적 수익 기반 확대라는 '대어'를 낚기 위한 은행과 증권사 간의 고객 유치전은 일찌감치 격화된 상태다. 특히 은행에 투자일임형 ISA를 내준 증권사들은 실력만이 살 길이라 보고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초저금리 환경 속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을 타개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눈코 뜰 새 없다. 올 들어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다. 서른페이지가 넘는 ISA 모범규준이 촉박하게 나와 부랴부랴 이를 반영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투자자와 업계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길게, 멀리보고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ISA 도입으로 자금 대이동이 촉발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ISA의 기본 틀이 증권사보다는 은행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증권사들이 주말을 반납한 배경이 됐다.
 
증권사들의 일임형 ISA에 담길 상품 유형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ISA는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3단계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계획이다. 위험도별로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모델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며 각각의 위험도별로 액티브, 패시브형 두 가지 포트폴리오를 제시, 총 6개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준비 중이다. NH투자증권(005940)도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시중금리 두 배' 수준인 4~5%대의 수익을 내는 전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적극형과 중립형, 안정형의 세가지 포트폴리오로 나눴다. 적극형에는 주식을 70%, 중립형은 30%, 안정형은 10% 미만을 담고 나머지는 채권 등 원금보존을 꾀하는 자산으로 배분한다는 전력이다. 삼성증권(016360)은 "고객-상품-채널 특성을 살려 상품을 소싱하고 공급하는 CPC 전략실이라는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해두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해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KDB대우증권(006800)은 '쉽고 빠른 가입'에 초점을 맞췄다. ISA 가입과 관련해 방문없이 원스톱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오픈한 '대우증권 비대면계좌개설 앱'을 통해 일임형 ISA에 가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위험분석능력이 높은 증권사의 강점이 십분 발휘된다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상품을 고객 입맛에 맞게 골라주는 능력은 증권사의 강점"이라며 "판매수수료 이익보다 고객이익을 중시하고 집중한다면 ISA 대전에서 은행을 누르고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ISA를 통한 증권사의 수익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약 1%의 수수료율과 전체 ISA 중 증권사 적립 비중 등을 가정하면 약 1450억원 수준의 수수료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 전체 증권사의 연간 수수료수익 7조9300억원 대비 1.8%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의무가입기간(5년)을 감안한 은행과 증권사 간의 선점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약판매나 사전마케팅과 더불어 우대금리 상품도 등장했다"며 "조달원가나 비용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태현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은행권이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대신 증권사는 비대면계좌개설권을 얻었으나 온라인을 통한 계좌개설은 보안 검증과정과 활성화까지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비대면거래는 편리성 외에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된다는 약점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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