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큰 위기를 맞았다. 과거 새누리당 보좌진 활동 경력이 드러나 자격을 박탈당한 후보에 대해서는 졸속 면접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다른 후보는 당직자로부터 자기소개서 등을 첨삭받는 등 공정성 시비도 불거졌다. 논란이 된 최유진 청년 비례대표 후보는 1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최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저와 관련된 모든 논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청년 비례대표 후보 자격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청년 비례 후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종인 대표의 측근인 김헌태 공천관리위원과 이철희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이 최 후보가 다닌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교수진이었던 것도 의혹의 소재가 됐다. 최 후보에게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가 노골적으로 심사 준비를 도와줬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김규완 후보가 전날 새누리당 보좌진 경력을 숨겼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한데 이어 최 후보까지 사퇴하면서 청년 비례대표 선정에 대한 불공정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더민주 청년 비례대표 후보 22명 중 11명은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비례대표 선출의 전 과정은 명확한 경선 기준은 고사하고 시종일관 깜깜이 선거였다”며 “지원자 22명 중 13명은 본인 소개 등의 최소한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 ▲부당하게 경선에 개입한 당직자에 대한 징계절차 착수 ▲엄정한 기준을 통한 공정한 재심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청년 비례대표 출신인 김광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1분짜리 정견발표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상호 간에 토론회 한 번도 없는 상태에서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왜 뽑으란 말인가”라며 “슈퍼스타K는 노래라도 한 곡 들어보고 투표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이 제도에 목소리는 고사하고 사진 한장 보여주지 않고 그냥 투표를 하라고 하는 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청년 대의원과 권리당원 대상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도 일부 후보들의 이의 신청에 따라 중단했다. 더민주는 당 중앙위원회를 예정대로 20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년 비례대표 후보도 이날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비례대표 후보 면접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