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청래와 그 지지자들

입력 : 2016-03-17 오후 2:58:47
2011~2012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은 새로운 정치·미디어 소비층을 창출했다. 다른 매체를 보던 사람들이 나꼼수 쪽으로 넘어온 게 아니라, 나꼼수를 통해 비로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정치·미디어 시장에 새로 유입된 것이다. 그 수는 무서울 정도로 많았다.
 
대부분 야권 지지자가 된 이들 중에는 음모론에 심취하는 부류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총선·대선과 그 후의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들은 점점 성숙해졌다. 정치 팟캐스트 방송을 섭렵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문제 고수들로부터 배우고 토론하며 시야를 넓혔고 실력을 쌓았다. 한때 ‘나꼼수로 정치를 배운 게 무슨 자랑이냐’며 이들을 비아냥댔던 사람들은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야권 홍위병쯤으로 백안시한다면 큰 착각이다. 여전히 설익은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건 그들보다 먼저 등장했던 정치·미디어 소비층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행동한다는 것이다. 수십억을 모아 협동조합 형식의 언론사를 만들었을 정도다. 세월호 참사 때는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사는 곳에서는 서명운동을 했으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에도 동참했다. 정당 가입과 활동,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도 ‘쫄지 않고’ 한다.
 
이런 흐름을 탄 대표적인 정치인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나꼼수 열풍 초기부터 그들과 적극 접촉하고 소통하며 한몸이 됐다. 정청래가 그들이고 그들이 곧 정청래다. 시간이 흐르며 그들이 ‘정치 고관심층’으로 숙성되었듯, 정청래 역시 초선 때의 가벼운 이미지를 벗고 무겁고 깊어졌다. 당의 컷오프 결정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길게 침묵하다가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바로 그 모습이다.
 
더민주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 사람들을 모른다. 명분을 중시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일반 특징도 잘 모르는 것 같은 그가 ‘정청래 그룹’을 알 리가 없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당사 앞으로 몰려 와 악악거리다 마는 부류로 치부한다면 정치인생 최악의 오산이 될 것이다. 제압해 버리면 그만이고, 결국 더민주를 찍을 것이라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이제는 김 대표가 그들을 잡을 수 있는 명분을 내놔야 한다.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 본인이 더민주에 들어올 때 얘기한 ‘강한 야당’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일방통행을 멈추지 않으면 그 결과는 ‘더 강해진 여당’일 뿐이다.
 
황준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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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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