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늘어난 고용통계..찻잔 속 폭풍

지표아닌 노동시장 유연화 해법 필요

입력 : 2009-09-19 오전 9:48:10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주먹 하나로 네덜란드를 구한 소년이 있었다. 제방에 난 조그만한 구멍이 가져올 엄청난 재앙을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막아낸 용기있는 소년의 희생에 대한 어릴적 우화다. 눈을 돌려보면 한국사회에도 올해 이같은 '용감한' 소년이 나타났다. 극심한 실업문제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추진해 온 희망근로 프로젝트란 이름이 바로 주인공.
 
정부는 지난 6월부터 1조 7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 등 총 1만 9000여개 사업장에 25만명 이상의 임시근로자를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6개월이란 한시적 기간을 안고 등장한 희망근로는 내년초 대상규모가 10만명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재차 취업시장에 싸늘한 한파가 우려된다.
 
지난달 민간부문 취업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체 고용지표상 취업자수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상 수치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고용지표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내놓은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취업자수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3000명 증가했다. 한달 전 감소한 실업자수가 76만명이었다는 점을 되새기면 지난 한달동안 79만명의 일자리가 신규로 만들어 진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25만명 규모의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부분의 고용악화를 정부 개입으로 막아낸 영향이다.
희망근로 사업과 청년 인턴사업 등 정책적 효과로 인한 고용증가분이 46만2000명에 달했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 숙박업 등은 오히려 각각 10만~15만명씩 감소했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정부의 일자리대책으로 인한 일시적 고용 효과가 나타났을 뿐"이라며 "고용사정이 본격적으로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기형적 고용구조, 새 해법 마련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한국의 실업률은 3.3%. 30개 가입국 중 전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실업률이 낮다. 고용률은 63.8%로 조사대상국가중 22위에 머무르며 고용률과 실업률이 모두 낮은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취업을 하지않고 노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실업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 등은 지난 7월 218만4000명에 비해 9만명 가까이 늘어난 227만4000명에 달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민간부문의 채용사정 악화로 고용시장이 고착화되면서 취업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상황에 맞지 않은 기업들의 인력운용과 고용불안이 기형적인 고용시장의 비정상화를 폐쇄적인 구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 고용환경 갈수록 심각..암울한 현실
 
일부 노동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기업들이 정규직을 늘리기보다 인원을 최소로 줄이고 지금과 같은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용직 고용이 줄어든 현 상황에서는 고용시장에서 제외된 임시 일용직 근로자와 폐업 자영업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크게 줄어든 현 고용환경에서는 외환위기가 만들어낸 '상시적 고용불안' 체제가 '실질적 고실업'체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근로 규모가 축소되고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으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 역시 내년이면 효력을 다하게 된다. 내년이후 노동환경이 더욱 암울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 지표 아닌 현실속 노동유연화가 해법이다
 
정부 개입으로 변동폭이 커지는 현재의 고용지표에 매달리기보다 경기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지형 자체의 구조변경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자영업자들이 자기 자리에 돌아올 수 있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뛰어넘는 고용확대형의 보다 유연화된 노동시장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고용악화는 또 다른 위기속에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우화속 소년은 대재앙을 막아내는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희망근로는 결국 취업대란을 막아내지 못하고 '슬픈 엔딩'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 지난달 '3000명'의 취업자 수 증가를 반길 수만 없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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