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212억원 vs. 82억원.'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의 총상금 규모 비교다. KPGA는 KLPGA의 40%도 안 되는 총상금으로 올 시즌을 맞는다. 점점 세계로 뻗어가는 KLPGA와 달리 내리막의 연속인 KPGA다.
KPGA는 지난 17일 올 시즌 투어 일정을 잠정 결정해 발표했다. 대회 수는 지난 시즌과 같은 12개지만 KPGA는 "침체된 투어 활성화를 위해 스폰서 투어 외에 부산, 대구, 경기, 전북, 제주 등 5개 광역자치단체와 연계한 전국순회 투어를 창설하겠다"면서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하반기 3~4개의 전국순회 투어 대회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치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 정해진 KPGA 총상금 규모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미정)을 제외하면 82억원이 전부다.
지난해 말 양휘부 신임 KPGA 회장은 협회 수장이 된 뒤 자신이 가진 인적네트워크를 강조하며 올 시즌 대회 수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애초 짜여야 할 올 시즌 일정은 이달 중순이 넘어서야 겨우 확정됐고 기대했던 신규 대회 창설은 물론 늘어난 대회 수도 없었다. 투어 규모 확대 발언은 속 빈 강정인 셈이다.
KPGA는 대회 일정짜기도 어렵지만, 올 시즌 KLPGA는 지난해(29개)보다 신규 대회가 4개 늘어난 33개 대회를 개최한다. 숫자상으로 KPGA보다 무려 21개나 많은 대회를 치르는 KLPGA는 대회 총상금 규모도 지난해(185억원)보다 무려 27억원 늘어난 212억원에 이른다. 이제 KLPGA는 베트남,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대회를 열며 국내가 아닌 세계 속으로 뻗어가고 있다.
이렇듯 두 투어의 성장 추이는 계속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KPGA는 2011년(19개)을 끝으로 대회 수와 총상금이 제자리걸음이지만, KLPGA는 2011년(19개)을 시작으로 매년 대회와 총상금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광고 효과를 노리는 스폰서들의 눈은 이미 남자가 아닌 여자 투어 쪽으로 흐른 지 오래다.
애초 KLPGA는 KPGA 산하에 있었지만 1988년이 돼서야 협회를 창립하며 분리됐다. 이후 28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 일본에 이어 총상금 규모가 세 번째로 큰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반면 KPGA는 계속된 '불경기'에 상위권 선수들이 국내를 떠나 일본이나 유럽 등 국외 무대로 유출되고 있다. 대회 규모는 줄어들고 선수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KPGA의 돌파구는 없을까. 무엇보다 이번에 강조한 전국순회 투어 창설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팬들의 눈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스타 선수 발굴 등 자체 아이템 마련이 시급하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양휘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올 시즌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