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수출절벽 우려되는 한국 경제, 과감한 구조개혁 필요

신흥국 위기·중국 경제환경 변화 등으로 수출 부진…단기 처방 대신 체질 개선해야
하반기 전망은 엇갈려…'회복 예상' vs '상황 바뀌지 않아'

입력 : 2016-03-21 오후 1:10:31
한국의 수출이 좀처럼 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경우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그 절박함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이 당면한 과제와 그 대책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김광두) 한국 수출이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이러다가 수출절벽에 부딪히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김병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한국 수출이 2010년 이후에는 한 자리 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8.0% 감소에 이어 올해 2월까지는 15.6% 감소됐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8% 감소했고, 2월에는 12.1% 감소했다. 감소폭이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김동원)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이나 중국도 모두 작년 9월 또는 10월 들어 현저하게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작년에 유가가 연 평균 48% 하락했고 다른 원자재 가격도 약 20% 정도 하락해 신흥개도국들의 경제를 완전히 탈진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의 57%가 신흥국 수출이기 때문에 신흥국 경제의 위축이 우리 수출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김광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위축되어 있는 그런 상황으로 보이는 데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 않나.
 
(김병유)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2월 세계무역 증가율이 2015년도에 11.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2015년 세계 10대 수출국가의 수출 증가율을 보면 중국, 미국, 독일, 일본,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 모두가 마이너스 증가를 나타냈다. 한국의 수출은 비록 8% 감소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5%로 2014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고, 수출 순위도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6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김광두) 그런데 구조적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의 수출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은 중국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병유) 우선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수출이 단기간에 감소하는 부분들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수출 감소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대외변수로 신흥국의 경제 부진, 유가하락, 또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이런 부분들이다.
 
특히 중국 요인이 크다.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환경오염 등을 문제로 가공무역 제한정책을 펴고 있다. 연간 1800여개의 가공무역 금지 품목을 만들면서 외국의 가공무역 수입도 제한하고 자신들의 가공무역 수출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 한국의 대 중국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가공무역에 들어가는 중간재 수출이다. 약 72%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가공무역이 부진한 부분이 하나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거기에 중국의 기술수준이 상승하면서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져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막히고 있는 것도 있다.
 
(김동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경우 2월 들어 수출이 25.4% 감소해 지난 2009년 5월 26.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경제에 비관적인 논의를 유발했다. 그동안 한국수출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규모가 줄어도 중국 수출 부분이 메워왔는데 지금은 다른 곳보다도 중국 수출이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중국은 소위 차이나 인사이드라고 해서 중국의 수입대체 산업으로 인해 수입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 상황에 중국의 수출 자체도 줄어들어 우리가 이중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광두) 올해 하반기 전망도 여전히 어두운가.
 
(김병유) 지난 1월 주요 국가들의 대 중국 수출을 보면 한국은 21.6% 감소했지만 일본도 17.3% 감소했고, 미국도 13.7% 감소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들고 중국의 신성장정책이 바뀌면서 중국이 과거와 달리 세계 수입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조금 줄어들었다, 수출 감소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는 조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우리 수출 단가도 상승할 것이고, 신흥국들의 경제 수입수요도 회복될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경기도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도 소비재 위주의 강력한 수출 정책이라든가 해외 플랜트 부분에 있어서 인도나 이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에 우리 해외 플랜트 민간 공동 수출 노력 등이 가시화된다면, 하반기에는 우리 수출이 반등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동원) 반대로 하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흥국들이 왜 이렇게 수입이 줄어들었나 하면, 바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이다.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240억달러에 달했다. 다시 말해 신흥국들이 수입을 하려고 해도 돈이 없는 것이다. 완전히 탈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이런 적자 폭이 2016년에는 거의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다음으로 이런 현상의 가장 뿌리가 되는 게 석유 가격인데, 작년 연평균 석유 가격이 48% 떨어졌다. 크루드 오일로 따지면 연말에 배럴당 39달러로 끝났는데, 이게 2월11일 기준 28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에 다시 올라 지금 36달러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바닥’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있다.
 
말하자면 최근의 유가 상승은 금융적인 요소, 투기적인 요소 때문에 상승한 것이지 근본적으로 석유나 원자재 시장의 수급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흥국 경제를 환자에 비유하면, 지금 응급실에 들어가 있는데 금년 안에 일반 병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광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
 
(김동원) 결국은 환율 문제인데, 지금 환율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은 별로 없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금 기업들은 물건이 안 팔리니까 투자를 안 하고 있다. 정부가 무엇을 해주기 기다리기보다는 업계 스스로 내년이든 언제든 세계경제가 다시 풀릴 때를 대비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광두) 준비라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 또는 구조개혁과 관계된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와 힘을 합쳐서 해야 되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
 
(김병유) 수출을 확대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시장을 확대를 해 물량을 증가시키거나 제품 경쟁력을 높여 단가를 높이는 방법들이 있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활용해 시장을 개척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수출 저변을 확대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지만 세계무역이 저성장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조금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무역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세계적 저수요 시기에는 공급 측면에서도 과감한 업그레이드 투자가 필요하지만, 미래 글로벌 시장을 키울 미래 인재 양성을 통해 우리 R&D 투자를 강화한다면 세계 여러 곳에서 한국 제품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동원) 최근 IMF가 내 놓은 것을 보면 결국은 금융·재정 정책이고 그 다음이 구조개혁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장기적으로 견딜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은 결국 구조개혁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가 단기적으로 수출 증가율을 조금 높이려는 노력은 거의 의미가 없다.
 
(김광두) 중국도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내세운 것이 혁신과 구조개혁이다. 세계 전체가 과잉시설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 무슨 갑자기 일시적 노력을 갖고 무엇을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결국은 구조개혁인데 국내 구조개혁은 잘 되고 있나.
 
(김동원) 구조개혁은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인수합병이나 사업구조 재편을 한다든가 등이 있지만 결국 국가적인 총력 체제가 절실하다. 그런데 지금 정치판에 총선 바람에 들어서서 6월까지는 제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로서는 비빌 언덕이 없는 셈이다. 법이 안 되는데 정부도 뭘 하겠는가.
 
(김병유) 수출과 구조개혁은 정부가 나서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은 기업들이 해야 되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 추세가 수출 규모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상위 10대 수출국 중 우리가 가장 낮은 부가가치 수출국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해 보면 우리가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말도 된다. 최근 세계 시장의 가치체인이 굉장히 바뀌고 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그렇다. 과거에는 외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이면 됐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제조한 한국산 제품을 원한다.
 
우리 기업들도 무조건 해외에 나가 만들고 수출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체적으로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마케팅, 물류, FTA 활용, 마무리 공정, R&D까지 전체적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획득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
 
(김광두)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우리 산업 중 새롭게 경쟁력을 가진 부분이 나타나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내에 어떤 새로운 연구개발 투자와 같은 것들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된다.
 
(김동원) 구조개혁이라는 것에 큰 오해가 있다. 흔히 미래 먹거리가 무엇이냐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우리의 문제는 무엇을 심을 것이냐가 아니고, 밭을 어떻게 뒤집을 것이냐다.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밭을 새로 갈아엎어 지력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책이나 정치 프로세스, 정부의 단기적인 정책 추진 자세, 또는 무기력한 기업과 같은 이런 구조 하에서는 그것이 태양광이든 바이오든 무엇을 해도 한국 경제를 끌어가기는 어렵다.
 
(김광두) 세계경제 전체가 어려운데 이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다.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올려야만 우리가 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팟캐스트 방송 ‘김광두의 돋보기’에서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좌측부터)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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