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용업' 진출 백지화? 업계 반발 속 추진력 상실

입력 : 2016-03-24 오전 11:03:11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그냥 창업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 취득해서 허가받고 신고해서 어렵게 미용실을 차렸는데 대기업까지 손대면 개인 미용실들은 어떡합니까."(20년차 미용사 A씨)
 
"단골손님 정도 지켜내면 다행이죠. 화려한 인테리어에 각종 포인트, 할인 등으로 무장할 텐데 싸움이 되겠습니까. 지금 총선 앞두고 잠잠해진 것 같은데 결국 대기업들이 진출할 걸로 보입니다. 어떻게든 막아야죠." (25년차 미용사 B씨)
 
정부가 법인에게 미용실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용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용실 사업까지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반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장 자리가 공석인 데다, 소관업무가 각 부처로 분산돼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백지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골목상권에 자리한 개인 미용실. 사진/뉴스토마토
 
올 초 식약처는 충청북도 오송에 화장품산업 규제프리존을 설치해 뷰티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프리존 내에 법인이 이용업과 미용업에 진출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문제의 발단이 됐다. 그간 약사, 의사, 미용사 등 인간 신체를 다루는 업종은 그 특성으로 인해 국가 면허를 취득한 개인에 한해 약국, 병원,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왔다.
 
미용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이·미용업 법인 진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역적 범위, 법인의 규모, 수 등은 골목상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및 관련 이해관계인 등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해당 지자체장이 결정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미용업 법인 진출 허용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규제프리존 내에서의 법인 이·미용실 허용은 검토 중이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한해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서영민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홍보국장은 "규제프리존의 성과가 좋게 나오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나 명동에도 확대될 수 있다"며 "한 곳을 허락해주면 전국적으로 다 허락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한국이용사회중앙회, 피부미용사회중앙회 등은 정부의 법인 미용실 추진계획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정부 계획 발표 이후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는 지난달 25일 "식약처가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정책 행위를 계획하고 있다. 하루 빨리 정책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법인 미용실 특별법을 결사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정부가 법인 미용실 허용을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이들은 향후 궐기대회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반대로 법인 미용실 허용에 대한 정부의 추진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 초 규제프리존 방안을 제시한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지난 13일 사표를 내면서 현재 식약처장 자리는 공석이다. 여기에 관련사업에 대한 소관업무가 식약처,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추진력도 떨어지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는 식약처가 하고 있지만, 이미용에 관한 법령은 보건복지부, 인허가권은 관할 지자체가 각각 가지고 있다"며 "소관이 나눠있어 추진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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