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로 아이를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한 사람의 월급을 2배로 올려주는거야. 그러면 남편이든 아내든 한 사람은 전업주부가 돼서 육아를 전담하는거지. 맞벌이로 아이들 이리저리 안 내몰아도 되고, 소득은 둘 다 버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던 이 말을 최근 다시 곱씹어 보게됐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친구가 최근 '홑벌이로 어렵다'며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경력단절이 10년이 넘어서 전문직으로 일했던 친구는 작은 회사에서 경리일을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홑벌이로 생활을 꾸리기 어려워 일터로 내몰리는 전업주부 수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전업주부)은 708만5000명으로 1년 새 5만8000명 줄었다. 작년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1만8000명 감소했는데도 전업주부가 줄어든 것이다.
전업주부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014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면도 있지만 남편 혼자 홑벌이 해서 생활하기 어려워진 여성들이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아이들 교육비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등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실에 일자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정부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매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에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현장 방문 자리를 마련해 여성들의 호소를 듣고있다.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여성 일자리 대책에 정책을 담기위한 행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한 유일호 부총리의 행보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동안 나온 대책들이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만들어진 내용으로 실효성 없는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 반복하는 수준에 그친적이 많았다. 실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고용현장을 찾는 부총리의 행동은 좋지만 정책 반영에 이어질지 여부가 미지수인 이유다. 이번에 발표할 대책만큼은 정부가 약속한 "기존 공급자 중심을 넘어 실제 채용으로 이어져 수요자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도록 대폭 보완"하는 내용이 담겨지길 바란다.
김하늬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