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동학대 위험 이혼가정 후속 점검 검토"

"폭력적 성향, 아동학대 연관성도 조사"

입력 : 2016-03-27 오후 6:51:0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가정법원이 이혼 부모에 대해 '아동학대 예방'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실효성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27일 가사재판·가사조정 및 협의이혼 의사확인 절차 때 미성년자를 둔 부모가 이수하는 자녀양육안내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을 추가해 다가오는 5월1일부터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에도 심각한 아동학대사건이 이혼부모나 재혼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해 가사재판·가사조정 및 협의이혼의사확인 절차에서 미성년자를 둔 부모가 이수하는 자녀양육안내에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을 추가한다는 게 골자다.

 

법무부는 같은 사안에 대해 '미성년 자녀 보호와 권익 강화'를 위한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9월 개정안 통과가 목표로, 서울가정법원의 이번 정책 시행은 그보다 앞선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은 그동안에도 대법원재판예규와 법원 내규인 ‘가사재판, 가사조정 및 협의이혼의사확인 절차에서의 자녀양육안내실시에 관한 예규’에 따라 ‘가사재판·가사조정 및 협의이혼의사확인 절차’에서 미성년자를 둔 부모에게 1시간30분 정도의 자녀양육안내를 실시해왔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오는 5월부터 실시되는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에는 자녀양육안내와 유사한 교육도 일단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 사건 전문변호사인 이명숙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제대로 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위해서는 한 시간 정도의 일방적인 교육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권자나 양육자로 지정되기 전 제대로 심리상담 또는 조사를 받아 아동학대 위험이 있는 부모가 친권이나 양육권을 갖는 것을 차단하고, 친권자나 양육자로 지정된 후에도 1~3년 정도 아동학대 여부나 면접교섭에 대한 이행여부를 법원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회장은 이와 함께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친권·양육자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법원이 결정 등을 통해 1년에 한 두 번씩 전문적인 상담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혼하지 않는 나머지 부모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이번 기회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가정법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이날 "구체적인 교육방법은 현재 여러 방향에서 논의 중"이라면서 단순히 기존에 진행해 온 자녀양육안내 수준의 교육에 머물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배우자에 대한 폭력성이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그 폭력성이 아동학대로 확대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조사관이나 전문기관의 상담과정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친권자나 양육권자 지정에 적극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기에 더 나아가서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발견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후속적인 조사나 관찰을 의뢰하는 방안도 이혼가정 아동학대 예방의 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평택 신원영(6)군 사건과 같이 친권 또는 양육권자가 다른 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추후 검토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놨다.

 

현재 가사소송법상 면접교섭 방해행위에 대해서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양육비 지급 거부에 대한 감치명령을 면접교섭 거부 사례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감치 상한일이 30일로, 감치된 사람이 버틸 경우에는 역시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감치 도입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사회적으로 동의가 된다면 근거법령을 개정해 도입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원의 직접 조사나 후속적인 전문기관의 점검도 중요하지만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중요한 방법은 면접교섭을 통해 상대방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해 면접교섭권 확보를 위한 과태료와 감치제 병행 시행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다만, 이혼 가정이 아닌 일반 가정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문제에 대해 법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이나 선행적 대처가 혼인 단계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이 단계에서 법원이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16년도 가정보호·아동보호 재판실무 법관연수에서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가정보호 및 아동보호재판의 운영실무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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