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더 존 패터슨(38)이 2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패터슨 측은 피해자 고 조중필(당시 22세)씨에게서 묻은 혈흔 형태와 거짓말 탐지기의 반응 등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사건 당시 첫 수사를 맡은 검사에 대한 증인신청은 2심에서도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29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패터슨의 변호를 맡은 오병주 변호사(60·사법연수원 14기)는 "무죄라고 확신한다"며 "피해자의 최초 혈압에 의해 분출되는 스프레이성 피를 맞은 사람(에드워드 건 리)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또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성을 근거로 패터슨의 혐의를 부인했다. 오 변호사는 "학술 논문 및 국립과학연구소 박사 등에 따르면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도는 96.7~99%에 이른다"며 "'사람을 찔러 죽였느냐'는 10번의 질문에 패터슨은 모두 진실 반응이 나왔으나 리는 전부 현저한 거짓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사건 직후 리가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재미로 사람을 찔러 죽였다"며 범행 동기를 스스로 밝혔다는 점도 부각했다. 패터슨 측은 "리가 단순히 제3의 목격자라면 범행 직후 15명의 목격자 앞에서 낄낄 거리며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는 표현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이 같은 패터슨 측의 항소 이유에 대해 "새로운 주장은 일체 없었고 원심에서도 이미 충분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패터슨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박재오 변호사(58·22기)를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변호사는 당시 수사 검사로서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아니며 수사 상황은 이미 수사기록에 다 나와 있다"며 "박 변호사의 판단이나 의견은 목격하거나 경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실 발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패터슨이 직접 “검찰이 원하는 증인은 왜 다 채택했냐"며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증거법상 수사 검사가 증인으로 나와서 할 수 있는 건 자기 의견이나 판단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건 마치 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1심 선고 이후 2개월여 만에 또다시 법정에서 선 패터슨은 연녹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피해자 조씨의 부모도 방청석에서 항소심 첫 재판을 지켜봤다. 다음 재판은 내달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패터슨은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조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지난 2011년 11월 기소됐다. 사건 발생 19년 만인 지난 1월, 1심은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리와 패터슨을 공범으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에 참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