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제2의 박신혜가 안 보인다".
국내 드라마, 영화계에서는 다양한 배우들이 활약 중이다. 그런데 최근 관계자들 사이에서 "배우가 없어 고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극의 주연으로 캐스팅할 만한 배우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배우 박신혜. (사진=뉴스1)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영화 제작사가 선호하는 배우는 정해져 있다. 최정상급의 스타들에게만 캐스팅 요청이 몰리다 보니 그 외의 배우들은 외면을 받는다"며 "하지만 톱스타들의 경우에는 1년 이상 스케줄이 모두 차 있기 때문에 제작사가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배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20대 여배우의 경우, '기근'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눈에 띄는 주연급 연기자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돌 스타들이 과거 20대 초중반 여배우들이 하던 역할을 대체하게 됐고, 이것이 젊은 여배우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이유가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신인 배우들을 기용하기 보다는 이미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이 작품 홍보에도 유리하고, 해외 수출에도 유리하다"며 "요즘에는 배우들 못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아이돌들이 많기 때문에 연기력 면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쓰에이의 수지, 걸스데이의 혜리, 에이핑크의 정은지 등이 드라마 또는 영화의 주연급 배우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수지는 드라마 '빅', '구가의서', 영화 '도리화가' 등에 출연했다. 혜리는 지난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발칙하게 고고' 등을 통해 얼굴을 비쳤다. 이밖에 광고계에서 각광을 받으며 최고 인기 아이돌로 떠오른 AOA의 설현 역시 드라마,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타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돌들의 드라마, 영화계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가에서는 박신혜 이후로 사실상 20대 주연급 여배우의 명맥이 끊긴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을 히트시킨 박신혜는 혼자서 극을 이끌어나갈 만한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로 꼽힌다. 아역 시절부터 닦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과 호감이 가는 외모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박신혜의 장점이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박신혜는 일본, 중국, 대만,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팬미팅 투어를 개최하는 유일한 국내 여배우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20대의 주연급 여배우가 없다 보니 제작진은 극 중 캐릭터의 나이대에 맞는 연기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연상연하 배우가 드라마에서 커플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를 비롯해 방송을 앞둔 드라마 '운빨 로맨스'의 황정음, '더블유'의 한효주 등이 모두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남자 배우보다 나이가 많다.
관계자는 "검증된 배우만 계속 캐스팅하면서 안정적인 선택을 하면 젊은 배우들을 키울 수 없다"며 "국내 드라마, 영화 제작진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고, 많은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