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4.13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SOC 사업 관련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 철도, 도로 등 집값 상승 요인과 관계된 공약이다. 공약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건설업계로서는 대규모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철마다 반복되는 일회성 공약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각 당 후보들의 공약에는 지역별 SOC 사업과 관련된 공약이 대거 등장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서부광역철도 부천 원종~홍대입구 구간 신설 ▲신분당선 동빙고~삼송 구간 연장 ▲부산 만덕~센텀 간 대심도 지하도로 신설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신국제여객부두 구간 추진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울산 도시철도 건설 ▲동서고속철도(서울~춘천~속초) 조기 건설 ▲중부내륙철도(이천~충주) 조기 완공 ▲KTX세종역 신설 등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
갈수록 공공공사 발주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 하나가 건설업계의 호재가 될 수 있는 공약들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부분 재정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일회성 공약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각 정당의 SOC 관련 공약을 실현하려면 100조원이 넘는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서부광역철도 신설이나 신분당선 연장 등 공약 중 일부는 기존 정부의 사업 계획에 포함돼 있는 내용으로 공약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일회성 SOC 공약은 지긋지긋하다"면서 "공약 중에는 과거에 추진했다가 실패한 사업, 사업성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 지역 간 문제로 실현 되기 어려운 사업 등 추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의 지적은 실제 수치로도 증명됐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발표한 SOC 관련 19대 총선 공약 이행률을 보면, 총 106건의 공약 중 27건(25%)이 이행됐고, 79건(75%)이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행 공약 중 13%는 이미 선거이전에 결정된 사업으로 이를 제외하면 최종 13개(12%)의 공약만이 이행된 셈이다.
경전철 건설 관련 공약 이행률은 0%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구, 울산, 수원 등 주로 대도시에서 21건의 공약이 나왔지만 단 한 개도 이행되지 않았다.
이어 신공항 건설 관련 공약은 16개 중 2개만 이행돼 이행률이 5%에 불과했고, 철도·전철 노선 연장 관련 공약 이행률이 19%로 가장 높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공약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철저한 타당성조사와 계획수립 등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약으로 추진되기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국책사업위원회(가칭)'를 상설화 해 전문가의 심도 있는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쳐 사업 추진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SOC 사업 관련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철마다 반복되는 일회성 공약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경기 용인시 신분당선 연장구간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