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부산광역시가 최근 입찰참여자 사전등록을 받은 임대형 민자사업(BTL)인 사직·장전분구 하수관로정비사업(약 806억원)에
금호산업(002990) 컨소시엄 1곳만 신청하면서 경쟁 입찰 미성립으로 유찰됐다.
또 고속국도 14호선 함양~창녕 건설공사 3공구(약 2332억원)와 창녕~밀양 건설공사 6공구(약 2271억원)도 지난달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서류를 마감했으나 각각
대림산업(000210) 컨소,
태영건설(009410) 컨소 1개씩만 제출해 자동 유찰됐다.
연초부터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유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사 예정가격이 턱없이 낮게 책정된 데다 최저가낙찰제 도입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해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던 공공공사의 사업성이 예전만 못하자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3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PQ 서류를 접수한 턴키 및 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 18건 가운데 10건이 유찰됐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단지 조성, 공공건축물 등으로 경쟁 입찰 미성립과 건설사 입찰 포기 등으로 유찰됐다. 추정금액은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공공공사 유찰은 2014년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당시 공공공사 주요 발주처가 발주한 기술형 입찰 31건 중 65%에 해당하는 21건이 유찰됐고, 작년에는 50건 가운데 25건이 건설사들의 입찰 포기 등으로 한 차례 이상 유찰됐다.
가뜩이나 업계 불황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최저가공사 입찰에 참여할리가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공사를 맡으면 수익률이 적어도 5%에 달했는데,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면서 수익률이 2~3%대에 머물고 있고, 턴키의 경우 설계변경 등이 이뤄지기라도 하면 자칫 적자를 볼 수도 있다"며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이 아니라면 무리한 수주는 지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공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공사를 통해 만회할 수 있었고 인력 유지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공사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공사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공사를 수주하면 바로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도 올해 공공부문 수주 목표를 낮춰 잡았다. 지자체와 공기업의 재정건전성 이슈 등으로 공공공사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해외사업에서의 연이은 '어닝쇼크'로 기초체력마저 떨어지면서다. 작년 SOC 예산은 하반기 추경(1조3000억원)까지 감안하면 26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9.2% 줄어든 23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실제로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이 올해 계획한 공공수주 목표는 6조6900억원 수준이다. 8조2000억원을 웃돌았던 지난해 목표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항만과 도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주물량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수익성을 갖춘 일감도 적은 편"이라며 "여기에 중소형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도 보수적, 현실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원활한 공공공사 추진이나 부실공사 사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현실성 있는 적정 공사비 책정을 통한 수익성 보전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로부터 외면 받은 공공공사가 잇달아 유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