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금융권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 회장으로서는 이번 현대증권 인수가 리더십 평가 시험대나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KB금융을 괴롭혔던 인수합병(M&A)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이사진과의 관계 또한 공고하다는 것이 이번 M&A를 통해 입증되면서 벌써부터 연임 전망에 대한 무게를 더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이 현대증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다음날인 지난 1일 출근길에 오르면서 기자들과 만나 "임직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삼수 만이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이어 지난해 윤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대우증권까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다. 앞으로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 외에 매물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인수에 실패한다면 윤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도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게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증권사의 빈 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이 비대하고 비은행 수익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33%에 불과하다. KB금융이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신한지주(055550)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뒤떨어져 있다. 현대증권이 매년 3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KB금융의 비은행 수익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사진과의 관계나 리더십 의혹을 불식했다는 평가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을 써내면서 보수적인 성향의 이사회가 또 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사진들도 최대 3조원의 금액을 베팅할 수 있도록 후방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회계사 출신인 윤 회장이 특유의 꼼꼼한 성격으로 인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가격과 관련해 "시너지 창출 등을 종합해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범위내에서 적정 가격을 썼다"며 "사외이사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며 “가격의 전권을 위임해줄 정도로 재량권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룹 2인자인 김옥찬 KB금융 사장의 M&A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은 앞서 올 초 비은행 강화를 위해 김옥찬 KB금융 사장을 불러들인 바 있다. 김 사장은 KB금융의 비은행계열 총괄 책임을 맡아 역량 강화에 주력해왔다.
내부 관계자는 "김 사장의 경우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내고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역임하는 등 은행 비은행 전 부문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지닌 인물"이라며 "비은행 부문을 김 사장이 총괄하는 만큼 향후 증권업에서도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인수에 앞서 발표한 통합 본점 건립이라는 KB의 숙원도 해결했다는 점에 윤 회장의 그룹 내외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가지 모두 전임 CEO들이 모두 풀지 못했던 일인데, 임기 내에 한 번에 해결하면서 벌써부터 연임 가도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금융업권 시장에서는 KB금융이 매번 대형 매물에 기웃거리다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양치기 소년 같다는 대외 이미지도 있었으며 윤 회장 또한 이런 기조를 뒤엎지 못하는 구나라는 혹평이 있었다"며 "이번에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윤 회장으로서는 금융권 내외부의 입직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