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추첨제 도입 등 혁신적인 ‘민주주의 믹스’ 실현해야”

<선거파업>저자 안치용 소장 강연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입력 : 2016-04-04 오전 6:00:00

20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31일 시작되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복잡한 여정이었다. “민주정치교육의 첫 단추는 초등학교 선거로부터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는 대한민국 성인의 의무이자 때로는 권리라고까지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주권을 행사하는 건 불과 5. 과연 선거가 민주사회에서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일일까?

 

지난달 31일 독립 대학생기자단 지속가능 바람에서 주최한 <선거파업> 북 콘서트의 저자 강연에서 안치용 2.1지속가능연구소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 다수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믹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믹스는 우리 사회에 맞는 선거와 추첨,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의 혼합을 의미한다.

 

안 소장은 미국독립 사례를 거론하며 선거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었는지 설명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피통치자들의 동의(consent of the governed)라는 표현은 대의 민주주의의 본질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즉 민주주의는 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민은 통치의 대상에 머물고 오직 동의만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동의는 바로 선거다.

 

근대국가 설립기에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혈통보다 능력을 통해 정치권력이 구성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의제에 동의하게 된다. 그러나 능력이 금력이라는 게 곧 드러났고 대의제 민주주의는 자본의 이익을 지키고 신장하는 한편 다수의 이익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고 안 소장은 분석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사회의 최상위 포식자는 자본가라는 게 안 소장의 진단이다. 따라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대중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의 재벌을 중심으로 권력의 생태계가 구성된 금권적이고 과두적인시스템이다. 또한 법에 따라 통치되지만 어떠한 균열과 반전이 허용하지 않기에 법치국가의 전체주의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안 소장은 이렇게 돈 있는 자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복무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프랑스 혁명처럼 봉기를 일으켜 새 헌법을 만들고 기존 질서를 전면 개편하거나, 두 번째, 선거를 통해 선거제도를 격파하는 방법이다. 안 소장은 결국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선거파업을 통해서 우선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게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더 많은 사람의 이익과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한 사회가 되려면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평등에는 결과의 평등, 기회의 평등, 확률의 평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가젤이 사자에 대항할 자유를 기회의 평등으로 제시되는 상황을 비판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평등의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률의 평등과 관련하여 추첨제를 제안했다.

 

추첨제란, <선거파업>에 소개된 것과 같이 국회의원 선출 시 자발성과 전과기록 등 다양한 판단 능력을 사회적으로 고려해 나이·지역·성별 등으로 쿼터를 정해 국회를 구성하자는 제도이다. 아직 추첨제라는 제도가 생소하지만, 덴마크에서는 추첨제와 심의민주주의가 결합된 형태로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녹색당에서는 추첨제로 대의원을 뽑고 있다.

 

강연을 마치며 안 소장은 우리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생각보다 부자연스럽고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선거를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라 바꾸자는 것이며, 지금과 같은 선거는 거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파업>의 저자 안치용은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교장으로 청년대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지속가능성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20156월부터는 사회책임단체 연합체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을 맡아 CSR의 정책화와 입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선거파업> 북 콘서트의 저자 강연에서 안치용 2.1지속가능연구소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 다수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믹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 KSRN

 

 

이윤 KSRN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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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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