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지각변동 시작…'1빅·4스몰빅' 구도 구축

증권사 대형화는 현재진행형…"M&A 지속돼야"

입력 : 2016-04-03 오후 1:07:44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수십년간 조용한 경쟁을 펼쳐 온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의 KDB대우증권(006800) 인수로 연내 8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 등장이 임박한 가운데 KB금융(105560)지주의 현대증권(003450) 인수합병(M&A) 성사로 업계 상위 서열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유일하게 구조조정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금투업계가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을 계기로 잇달아 몸집불리기에 나선 결과다.
 
현대증권, KB금융 품으로…KB+현대증권 단숨에 3위 '껑충'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마감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시장가(3700억원) 3배에 달하는 인수가(1조원 이상)를 적어내며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자기자본 규모 4조원에 육박하는 또 다른 대형증권사 KB·현대증권이 탄생한다. 연내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다. 대형화보다는 증권산업 변화를 촉진할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 초점이 모아진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시 두 회사 자본규모는 3조9000억원 내외로 증권산업 내에서는 초대형화에 따른 경쟁구도 심화를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KB금융의 지원과 합병시너지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증권산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평가다. KB금융의 강력한 백그라운드를 활용한다면 현대증권은 기존에 강점을 보이던 리테일과 투자은행(IB) 업무에서 최강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고가매입 우려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평가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순히 보면 장부가 대비 상당히 고가(PBR 1.41배)에 매입하는 것이지만 자사주를 포함한 실질 매입 단가가 PBR 1.1배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 매력도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대우증권(PBR 1.3배)과 비교해 고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는 여러 이유로 시장가 수준에서 매입하는 것이 정설이고 잔여지분 매입 과정은 전통적 금융 인수합병 방법을 통해 장부가 이하로 매입 가능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자본력은 곧 수익, 빅네임사 등장 필수" 
 
여의도 증권업계는 크게 안도했다. 비즈니스 영역이 겹치는 한국금융지주(071050) 산하 한국투자증권에 인수되는 것보다 구조조정이나 노사합의 등 합병을 가로막는 요인이 적은데다 이로 인해 파생할 부작용도 잠재울 수 있어서다. 당장의 대대적인 격랑도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 초대형화는 현재 진행형인 뜨거운 키워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업계간 추가 합종연횡을 촉발할 또 다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잇따른 '실탄' 확보 소식은 기로에 놓인 업계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본격화한 증권사 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제와 새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체제는 그 배경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규제완화 패러다임 변화에 선 가운데 미래대우 이상의 압도적인 자기자본으로 무장한 빅네임 증권사가 나올 단계"라며 "금투업계 특성상 자본력이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고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계간 대형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미래대우증권이 오는 10월 출범하면 업계 경쟁체제는 '1빅·4스몰빅' 구도가 된다. 전문가들은 '미래대우증권의 시장 독식'을 직접 거론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간 대형화 바람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중소형사들은 보다 온라인이나 상품, 지역 등에 특화한 사업재편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백화점식 사업부문은 더 이상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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