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절친' 추신수·이대호, 25년 흘러 최고 무대서 조우

초등학교 동창 사이…25년 만에 메이저리거 맞대결

입력 : 2016-04-05 오전 10:13:12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어릴 적 함께 야구를 하며 프로 선수를 꿈꾼 친구 사이가 25년 만에 세계 최고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5일(한국시간) 텍사스 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나란히 출장했다. 홈팀 텍사스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추신수는 4타석 3타수 무안타 1타점을 올렸고 이대호는 7회초 대타로 나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오랜 친구인 둘이 머나먼 타국,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의 장인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경기를 치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둘은 지난달 7일에도 나란히 선발 맞대결을 펼쳤지만, 당시는 정규 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였다. 정식 경기가 열린 같은 날, 같은 땅을 밟았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추신수와 이대호는 부산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다. 먼저 야구부에 들어왔던 추신수가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체격이 좋은 이대호에게 야구부 가입을 권유하면서 둘은 나란히 야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다.
 
함께 뛴 초등학교 이후엔 길이 서로 달랐다. 추신수는 부산중-부산고를 거쳤고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로 진학하며 맞수로 뛰었다. 이후 프로에서 만날 기회도 있었지만, 또 길이 갈렸다.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그 이유였다. 추신수는 지역 연고 팀인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을 받지만, 과감히 메이저리그 시애틀 진출을 선언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반대로 이대호는 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하며 국내에 남았다.
 
이후 둘은 프로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추신수는 혹독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며 2005년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여러 부침을 겪은 뒤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고 2014년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달러(약 1502억원)에 자유계약(FA)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성장했다.
 
프로 입단 후 2003년까지 평범한 성적을 거뒀던 이대호는 2004년 20홈런을 날리며 특급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10년 타격 7관왕에 오르며 국내를 휩쓸었다. 2012년엔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해 4년간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최선을 다했던 둘의 만남은 고등학교 이후 더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올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대호가 애초 기대한 메이저리그 대신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둘의 만남이 쉽지 않겠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대호는 매우 좁은 메이저 입성 길을 뚫었고 이날 둘의 빅리그 대결이 성사됐다.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서 함께 꿈을 키웠던 25년 지기가 나란히 일류 선수로 성장해 최고 무대에 섰다. 하지만 아직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아직도 정규 시즌은 160경기가 넘게 남았고 그 속에서 전해질 이야기도 많다. 절친들의 메이저리그 맞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추신수가 지난해 7월 1일 볼티모어전에서 5회 1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대호가 5일 열린 텍사스전에서 7회 대타로 나와 헛스윙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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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