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석호기자] 동양매직이 최근 중동시장에서의 지배력 되찾기에 힘쓰고 있다. 이란 경제제재가 풀림에 따라 중동시장 재공략을 통해 과거 선두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복안이다.
동양매직은 이란 진출 13년차로 식기세척기와 오븐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주자였다. 2012년에는 중동에만 식기세척기를 10만대 이상 수출하며 7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 기준 동양매직 식기세척기는 이란에서 독일의 보쉬(BOSCH)와 아에게(AEG)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34%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중국광저우에서 진행된 켄톤페어에서 김춘기 해외영업팀 부장이 중동지역 바이어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동양매직
하지만 2012년 이란의 경제제재 여파로 중동시장 매출이 절반 이상 크게 추락했다. 여기에 지주회사인 동양이 계열사인 동양매직을 매각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도 사업 부진에 한몫했다. 2014년 동양매직은 2800억원에 매직홀딩스(NH농협-글랜우드 컨소시엄)로 매각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동양매직은 수출 효자국인 이란과 이집트에서 다시 일어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외부적인 어려움이 사라졌고, 매각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한 내부 정비도 끝났다. 외형적인 덩치 불리기가 아닌 매출이 있는 곳에 집중해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2015년 제품 구조조정을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상품을 축소하고 자체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며 "내실 위주 경영과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중동을 다시 공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양매직은 해외 판매망 재구축을 통해 올해 매출 15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그중 50% 이상을 중동지역에서 기대하고 있다.
동양매직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도 중동 재공략의 밑거름이라는 평가다. 중동에서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해외 유명기업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더불어 기존 개발과정에서 철저한 문화 분석도 도움이 된다. 식기세척기의 경우 과일을 주식처럼 먹는 중동의 문화를 감안해 과일세척기능을 적용했으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접시 사이즈를 분석해 세척기 디자인을 현지화시키기도 했다. 스팀오븐은 양고기를 먹는 무슬림 특성을 반영해 자동요리 기능에 양고기 전용 코스를 추가했다.
회사가 어수선했던 2~3년 동안 무너진 현지 판매망과 바이어 관계 등 무형적 자산에 대한 관리에도 나선다. 특히 동양매직은 올 초 바이어들에게 20% 이상 인상된 합리적인 거래가격을 제시하면서 관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
김춘기 동양매직 해외영업팀 부장은 "동양매직이라는 브랜드의 힘으로 식기세척기뿐 아니라 디스펜서 정수기, 오븐 등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시킬 것"이라며 "중동시장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유럽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thepacifi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