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 성과주의 도입 논의 첫 만남 결국 불발

노조 "회원사 대표 모두 참석" vs 사측 "무리한 요구"…제도 도입도 견해차 커

입력 : 2016-04-07 오후 3:43:0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성과주의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금융권 노사 교섭이 첫만남부터 불발됐다. 전국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에서 기업은행, 산업은행을 비롯한 7개 금융공기관이 탈퇴하면서 깊어진 노사 갈등이 교섭을 시작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사용자협의회와 1차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사용자협의회는 9개 금융공기업을 포함 34개 금융기관이 2010년 설립한 사용자 단체다. 출범후 매년 금융노조와 산별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중앙교섭 전에 사용자협의회 34개 회원사대표를 모두 참석시키라는 노조측의 요구와 이미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을 교섭에 참여시키라는 것은 무리라는 사용자측의 주장이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 파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확산을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 사측이 본격적인 성과주의 도입에 나서게 되면서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측에 성과연봉제 도입, 2016년 임금 동결, 신입직원 초임 삭감, 신규채용 확대, 호봉제폐지 등을 요구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금지, 신입직원 차별 금지, 임금 4.4%인상 등을 주장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산별 교섭을 통해 금융노조와 합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이들 7개 공기업은 개별 협상을 통해서 성과주의의 도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7개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산별교섭의 틀을 깨는 시도로 보고 있다. 금융노조는 1차 산별중앙교섭에 기존의 사용자협의회 34개 회원사 대표 모두가 참석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회원사에 대해서 교섭에 나오라고 할 권한이 없다"며 "그동안 노사 교섭 대표만 산별 교섭에 참석해왔는데 전 회원사 대표가 나오라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이날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요구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제로 선택할지는 노사협의로 결정하는 것인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불참석 통보를 해왔다"며 "교섭 대표단 구성은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금융공기업으로 구성하는 것인데 사측 마음대로 교섭 구성을 빼고 더하는 것은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금융공기관 임원들을 불러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측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부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적 문제를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양측의 견해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인 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임금 동결, 신입 직원 초임 조정 및 신규채용 확대,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반해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측은 임금 4.4% 인상을 비롯한 36개 세부안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성과연봉제 금지, 성과평가를 이유로 한 해고 등 징벌 금지, 신입 직원에 대한 차별 금지 등 상당수가 사측의 요구사안과 대치된다. 특히 사측이 요구하는 성과연봉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예정된 금융권 산별 노사 상견례 및 제1차 산별중앙교섭이 사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가운데 금융노조측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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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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