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총선 전후 '뜨거운 감자' 부상

7개 금융공기업 "사용자협의회 탈퇴, 개별 협상 할 것"
금융노조 "응하지 않을 것"…정치권 이슈 불거질까 긴장

입력 : 2016-03-30 오후 2:59:3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성과연봉제를 두고 은행권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7개 금융공기업이 성과연봉제 협의가 지지부진하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융권 사측)를 탈퇴하고 노조와 개별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 성과주의 논란이 노사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총선 전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3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4차 대표자회의 후 은행회관 세미나실에서 브리핑을 열 계획이었으나 금융산업노동조합의 저지로 무산됐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행연합회장 겸임)을 비롯한 회원사 대표들은 브리핑을 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
 
이날 사용자협의회 회의에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협의회 탈퇴를 통보했다.
 
이들은 "금융노조가 사용자협의회에서 제안한 산별 노사 공동 TF 구성을 거부했다"며 "24일 보내온 산별교섭 노조측 요구안에는 오히려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 사측의 요구사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6월 중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재의 산별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기한 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공기업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기한 내에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아 조속한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따라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융공기업들이 탈퇴를 결정하면서, 노측과의 갈등도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하영구 회장은 7개 금융공기업 CEO들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금융노조 측의 출입문 폐쇄 항의로 발길을 돌렸다. 양측은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하다 협의회 측이 자리를 뜨면서 일단락됐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가 금융당국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 측은 "29일 금융위가 금융공기업 대표들에게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지시했으며, 이에 사용자협의회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금융권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산별교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오는 4월7일 산별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산별교섭 체계를 흔들려는 시도 같은데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성과주의가 총선 전후 뜨거운 감자가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달 13일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성과주의 도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봄철 임금단체협상과 맞물려 여론전으로 불붙기 쉬운 금융권 성과주의 이슈는 총선 전후 정치권 이슈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겸 은행연합회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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