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현장-은평갑)비상걸린 최홍재 "세월호 점령군에 은평구 못 내줘"

야권 후보 단일화에 초비상…무박 2일 유세전 돌입

입력 : 2016-04-11 오후 3:28:24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20대 총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11일 '결사항전'을 위해 무박 2일 유세에 돌입했다. 전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며 비상이 걸렸다.
 
최 후보는 이날 아침 예정돼 있던 지하철 증산역 출근인사를 취소했다. 박주민 후보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된 상황에서 '느긋한' 유세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후보는 출근인사 대신 오전 7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캠프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선거운동을 끝내야 하는 시점까지 유세차에서 무릎을 꿇고 지역구를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무박 2일 유세에서 최 후보는 식사도 거른 채 유권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최 후보는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지지율이 박빙우세에서 열세로 바뀌었다"며 “은평구와 국회를 '세월호 점령군'에게 내 줄 수 없다. 은평구를 위해서, 정치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체되고 낙후된 은평구를 바꾸겠다"며 “국회에 들어가 할 말을 하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 캠프는 이날 긴박하게 돌아갔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운동원들이 속속 캠프로 들어와 전달 사항을 지시받는 등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한 선거 운동원은 지나가던 지인을 붙잡고 “야당이 단일화하면서 우리 후보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상황이 너무 안 좋다. 꼭 투표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최 후보 캠프가 이처럼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곳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지역이기 때문이다. 야당분열로 표가 분산됐을 때는 약간의 우세로 승리가 점쳐졌지만 단일화 이후 상황이 급변하는 분위기이다.
 
불광천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60대 한모씨는 야당의 단일화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기자가 알려주자 “그래요? 그럼 민주당이 이길 수 있겠네”라며 “여기는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더민주 의원은 이곳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응암역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도 "어제 단일화했던데 여기는 야당세가 강해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이 야당세가 강한 이유는 산업화 이후의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장 등 일자리가 풍부했던 영남에 비해 호남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했다. 때문에 호남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 이주를 택했다. 특히 집값이 싸고 서울 도심과 가까웠던 은평구는 이들이 살기에 적합한 동네였던 것이다.
 
옆 지역구인 은평을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후보가 5선을 한 지역이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은평을도 야당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에 대한 평가는 물론 인물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최 후보는 이곳에서 22년간 생활한 토박이이지만, 박 후보는 이곳 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평구에서 만난 유권자들 중 일부는 마음속으로 야당을 지지하지만 이곳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최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최 후보의 유세차를 멀리서 바라보던 40대 김모(여성)씨는 “나는 원래 고향이 전라도고 계속 야당을 찍어왔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 같다”며 “최홍재씨는 이곳에 오랫동안 살면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 같지 않게 착실하게 생활해왔다"고 평가했다.
 
응암역에서 선거 운동원들을 지켜보던 50대 박모씨도 “고향이 전라도다. 그동안 야당만 찍었는데 이번에 최홍재씨는 괜찮다.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박주민은 누군지도 모르고 이 지역 사정을 잘 모른다. 여당이지만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찍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가 세월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이었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불광역에서 두부장사를 하던 60대 최모씨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세월호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너무 안쓰러워서 새누리당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싫어서 국민의당을 찍으려 했는데 단일화로 후보가 없어져 찍을 사람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하는 유권자도 더러 있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가 11일 자신의 선거 사무실 앞에서 유세차에 오르자 한 지지자가 찾아와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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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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