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간질 환자의 병력을 듣다 보면 예방접종 후에 경련 발생을 주장하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DPT 접종 후에 경련이 발생한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뇌수막염이나 뇌염 접종 후에 경련 발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방접종 후 수일 내에 경련이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시간적인 연관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예방접종이 원인이 되었는지 아니면 잠복해 있던 소인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발생한 것인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주류 의학계에서는 예방접종과 경련의 상관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DPT 접종과 홍역 예방 접종의 경우 48시간 내에 경련이 유발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도 백신에 의한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접종으로 인한 일종의 열성경련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기에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예방접종 자체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물론 비주류의 주장이며 논증되거나 입증된 주장은 아니다. 어쨌거나 미국에서는 예방접종이 어린이의 자폐를 유발했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이 모여서 보건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대부분의 접종이 뇌 손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관련없음을 주장하는 측이나 관련있음을 주장하는 측이나 엄격하게 말하자면 단순 주장일 뿐 논증된 주장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이런 점이 소아간질 환자에게서 예방접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년 이상 경련이 없을 때는 모든 접종을 해도 좋다고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 즉 경련 발생 후 1년이 되기 이전에는 경련 유발율이 높은 접종은 주의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리의 경우 뚜렷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의사에 따라 적어도 6개월간 경련없이 안정될 때 전체 예방접종을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상관없음을 주장해도 이 역시 논거가 없는 것이기에 간질 환자는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먼저 경련이 빈발하는 소아간질 환자는 법정 필수 예방접종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신종플루나 독감 등의 예방접종을 무리해서 할 이유가 없다. 또한 경련이 빈발할 경우 시급하게 경련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치료 초기라면 적어도 6개월간 경련이 진정될 때까지는 경련 유발율이 높은 DPT나 홍역 등 예방접종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 경련이 빈발하는 난치성 간질 환자의 경우는 일반적인 적용이 어려우므로 담당의사와 상담을 통해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 접종을 할 경우는 아이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한 때를 택해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경원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