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경련 멈추면 뇌전증 호전될까?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9-12-24 오후 5:00:17
경련을 멈추게 하면 뇌전증이 좋아질까요?” 뇌전증으로 고민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라면 당연히 가지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질문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므로 심도 있게 파고들지 못한다. 근본적인 질문이지만 답변은 근거 없는 믿음으로 대신한다. “항경련제로 경련이 멈추면 뇌전증도 좋아지겠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위 질문에 대한 의학적인 답변은 매우 간단하다. 항경련제를 사용해 경련을 멈추어도 뇌전증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뇌전증을 치료하는 약은 없다. 다만 경련을 억제하는 약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가장 공식적인 대답이다. 단지 12시간 경련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항경련제가 사용된다. 이 말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뇌전증은 항경련제를 먹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경과로 스스로 좋아지는 것이다.
 
항경련제로 경련이 조절되어도 뇌전증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면 치료제도 아닌 항경련제를 무조건 복용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에 대한 답변이나 근거는 별로 없다. 과학적으로 검토를 해봐도 근거가 별로 없다. 항경련제 장기 복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 주는 위험과 경련조절이 주는 장점 사이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명쾌한 비교자료가 없다.
 
놀랍게도 경련이 잡히는 것이 대체로 좋을 것이라는 전제가 적용되어 있다. 아주 엄격하게 하자면 뇌전증의 종류나 양상에 따라 득실이 모두 다르게 평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은 아직 이러한 세부지침을 만드는 연구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 단지 경련이 조절되면 대체로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을 뿐이다.
 
뇌전증은 매우 다양한 뇌질환의 총합이다. 각 뇌전증의 근본적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으로도 이해가 부족해 무지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원인도 모르고 질병의 종류 분별 또한 제대로 이뤄내기 어렵기에 가장 흔한 뇌전증 질병명은 상세 불명의 뇌전증이다.
 
상세불명의 뇌전증에 상세불명한 예후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뇌전증은 역학적 조사와 분류도 취약해 질환별로 장기적인 예후가 어떤가에 대해 명확한 분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적으로 이게 나을 병인지, 아니면 평생 갈 병인지 예후를 분명히 해주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정상과정이다. 그러나 간질성 경련이 언제 멈출지, 나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주지 못한 채 일단 항경련제를 먹이면서 지켜보자는 식이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의 뇌전증 치료는 대체적으로 항경련제를 이용하여 경련을 멈추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항경련제를 이용해 경련을 멈추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심각한 인지발달 저하를 만들어 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우울증과 심리장애를 유발해 청소년기 일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항경련제를 사용하여 경련을 강제로 멈추는 것이 실제로는 엄청난 해가 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을 구별하여 환자마다 득실을 따져서 항경련제 투약의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의학적인 선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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