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에서 뇌전증 신약을 개발해 출시했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뜨겁다. 미국 FDA 승인을 거쳤고 신약 빔펫보다도 더욱 뛰어난 효과로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큰 반응이 기대된다고 한다. 어려운 나라 경제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인지라 필자도 뜨거운 박수로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약의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아직 장기간 복용 시의 부작용에 대한 평가나 반응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조금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많은 신약들이 초기에는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점차 나타나는 내성 또는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1세대 항경련제 이후 2세대, 3세대 등 다양한 항경련제들이 개발돼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신약이 등장할 때마다 경련억제율이 향상되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뇌전증 환자의 치료율이나 관해율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자연스럽게 항경련제 개발의 프레임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르게 한다. 현재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신경계의 흥분을 억제하고 경련을 조절하는 일종의 ‘억제시스템’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필연적으로 정상적인 뇌세포의 흥분 또한 억제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억제작용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치료율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새로운 프레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마치 항암제의 프레임전환을 연상시킨다.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제의 사용이 정상세포의 활동도 억제하여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항암효과도 내지 못하자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프레임의 항암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정상세포의 면역력을 증진시켜 자체 내에서 항암효과를 내도록하는 면역치료법인 것이다.
뇌전증의 원인도 근본적으로는 뇌조직의 이상 면역활동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소아뇌전증에서 면역억제재인 ACTH나 소론도와 같은 스테로이드제가 유효성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장기간 사용이 어려워 폭넓은 적용을 못하고 있지만 뇌전증의 경련이 면역활동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은 보여준다.
경련을 직접 억제하는 뇌전증 치료에서 뇌면역활동의 안정화를 통해 경련억제의 힘을 키우는 면역-항경련요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 적절한 면역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방치료법은 아쉬운대로 대안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영아연축, 결절성경화증,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등 난치성 소아뇌전증 분야에서 한방면역치료는 항경련요법에 비해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게 된다.
항경련제의 개발 소식에 반가움과 더불어 새로운 프레임의 항경련제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함께한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한방면역치료법의 성과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경련제 개발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부작용 없이 아이들이 경련을 이겨내길 바라는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