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뇌전증, 경련공포증에서 벗어나야 치료의 길 보인다

입력 : 2020-01-10 오후 3:00:00
필자는 오랫동안 한의학적 방법으로 뇌전증을 치료해왔다. 양방에서는 항경련제를 이용하여 경련을 강제로 억제시키는 반면, 한의학적인 접근법에서는 뇌면역력의 안정화를 통한 치료가 이루어진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방치료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경련을 강제로 억제하지 않다보니 치료 초기에 경련이 잦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장기간의 치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필수적으로 경련공포증을 이겨내야 한다. 경련공포증에 시달리는 부모들은 호전이 분명한 양성 뇌전증임에도 불구하고 경련을 억제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항경련제 처방을 선택한다. 그러나 시간이 짧게 발생하는 경련이라면 뇌손상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불필요한 공포감을 이겨내야 한다. 부모의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아이에게 항경련제를 먹이는 것은 뭔가 부당한 선택이지 않은가?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필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경련공포증을 없애는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뇌전증의 종류나 경련의 양상을 분석하여 뇌손상 위험이 있는 뇌전증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분류해야 한다. 소아뇌전증 대부분은 뇌손상 위험이 거의 없다. 이렇게 분류가 명확해지면 뇌손상위험이 없음을 명확히 한 다음 예후를 이해시키게 된다. 경련공포증을 이겨낸 부모들은 합리적인 치료과정을 겪을 수 있게 된다.
 
뇌전증에 대한 공포감은 뿌리 깊은 편견과 맞물려 있다. 사회적 편견이나 환자들이 가지는 공포감 모두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다. 어찌 보면 잘못된 의료 환경이 환자의 공포감을 부채질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듯하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쉽게 하는 멘트는 경련을 하다가 뇌손상이 될 수 있어요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환자나 보호자는 뇌전증으로 뇌가 손상되고 끝내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게 된다. 자신의 질환이 심한 결함이라도 되는 듯 남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사회활동을 기피해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에게 근거가 매우 부족한 낭설이다. 경련으로 뇌손상이 되려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경련이 20분 이상 지속되는 중첩증이 있어야 한다. 20분 미만의 경련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성장기 어린이는 경련이 20분을 넘어가도 뇌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보통 5분 이내의 경련을 일으킨다. 20분을 넘어가는 경우는 대부분 뇌염뇌수막염 등 감염성 질환에 걸렸을 때와 같은 아주 특수한 경우다. 뇌전증으로 5분 이내의 경련을 하던 소아가 갑자기 20~30분간 경련한 사례는 거의 없다. 경련은 일종의 습관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하던 양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뇌전증이 그다지 위험성이 없는 질환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공포감을 부채질하면서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병명만 바꾼다고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뇌전증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전기적 흥분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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